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큰불이 나 후면 건물의 지붕이 무너졌다. (출처: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큰불이 나 후면 건물의 지붕이 무너졌다. (출처: 연합뉴스)

프랑스 가톨릭교회 대표 장소

나폴레옹 등 즉위한 곳이기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800년의 역사를 지닌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대형 화마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번 비극은 다음 주말 부활절 직전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을 기리는 ‘가톨릭 성주간’에 화재가 발생해 침통함을 더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왕국이 가톨릭을 국교로 채택한 뒤 세운 성당이다. 노트르담은 프랑스어로 우리의 여인이란 뜻으로 가톨릭의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다. 성당은 1163년부터 지어지기 시작해 1345년 완공됐다.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기독교 숭배의 장이자 국가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프랑스 가톨릭교회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파리 도심의 중심부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은 800년 프랑스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1431년 영국의 왕 헨리 6세는 1431년 대성당에서 프랑스 왕 즉위식을 거행했고, 1804년에는 나폴레옹 보나 파르트가 황제로 즉위했다. 1909년엔 교황 비오 10세가 대성당에서 프랑스와 영국 간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영웅 잔다르크를 시복하기도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831년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로 인해서다. 작품의 무대가 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대대적인 복원 작업이 진행됐다. 화재가 발생한 당시에도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오랜 역사 동안 여러 차례 공격을 당해왔지만 이번 화재처럼 피해가 크진 않았다. 1500년대 중반 위그노로 불리는 개신교 신자들이 대성당 성상들을 우상숭배로 여겨 파괴했고, 1790년대에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후 가톨릭 특권층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일부 훼손, 방치됐다. 하지만 종전 이후 철저한 고증을 거쳐 복원됐다.

이렇게 전쟁도 버틴 대성당이 화마에 잡혀 속절없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파리 시민들의 허탈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이 찬송가 아베 마리아를 합창하는 모습을 담은 트위터 동영상은 700만회 이상 조회되기도 했다. 또 화재 당시 시민들은 점점 더 위협적으로 타오르는 화마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가시 면류관 등 유물을 건지기 위해 서로의 손을 잡아 이은 ‘인간 사슬’을 만들어 불길 속으로 기꺼이 뛰어들었다.

한편 이번 화재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지붕 구조물과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첨탑이 소실됐다. 다만 서쪽 정면의 두 개의 석조탑과 가시면류관 등 중요 유물들은 불길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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