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의 저서 ‘사람이 있었네’ ⓒ천지일보 2019.4.18
김경수 경남지사의 저서 ‘사람이 있었네’ 를 경남지역 30여개 기업이 공동구매한 사실이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해당 책은 정봉주 전 의원이 "김경수 변호사비를 돕자"며 10만권 판매를 목표로 밝힌 바 있다. ⓒ천지일보 2019.4.18

김경수 경남지사 저서 ‘사람이 있었네’

출판사 “경남지역 30개 기업에서 구입”

정봉주 “자발적 공동구매, 강매 안 해”

 

경남지역 건설사 사무실서 박스채 발견

책더미 발견된 A기업 “산 적 없다” 발뺌

경남도 “금시초문 저서 판매 관여 안해”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의 저서 ‘사람이 있었네’를 경남지역 30여개 기업이 대량으로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자발적으로 공동구매했다는 정봉주 전 의원의 주장과 달리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데다 출판사가 말한 부수와도 상당한 차이를 보여 강매 의혹이 일고 있다. 이번 논란은 김경수 지사가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시점에 불거져 파장이 예상된다.

‘사람이 있었네’는 “김경수 변호사비를 마련하자”며 정봉주 전 의원이 10만권 판매를 목표로 했던 책이다.

김 지사의 저서 ‘사람이 있었네’는 지난 2월말 정봉주 전 의원이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변호사 비용을 돕기 위해 김 지사 저서를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공동 구매하는 사업을 벌여 논란이 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수익금은 인세 형태로 김 지사에게 들어가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이번에 10만권은 팔아야 한다”고도 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정가 외 비용이 김 지사의 변호사 비용에 사용되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의 책은 창원에 있는 A건설 현장사무실에서 박스채 확인됐다. 이 책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약 한 달 전인 지난 3월 21일 경으로 김 지사가 구속 수감 중인 때였다.

18일 익명의 제보자 B씨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A건설 현장사무실에서 “책 한 권 가져가세요”라는 직원의 말을 들었다. 현장사무실에 놓인 여러 박스에 김 지사의 책이 쌓여 있었다. B씨가 아직 개봉하지 않은 대형박스를 가리키며 “이것도 김경수 지사의 책인가”라고 물으니 직원은 “'맞다. 책을 가져가도 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A건설 현장사무실 직원의 입을 통해 “이곳 사무실에서만 김 지사의 책을 3박스 구입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100권 정도 있었고, 17일에도 책(사람이 있었네)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며 “경상남도와 관련돼 공사하는 업체들에게 판매를 했거나 기업들이 대량 구입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18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 기업들에게 책을 사도록 직접 홍보하거나 강매한 사실이 없다”며 “단지 공동구매해서 1000부 넘게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개인이 서점에 가서 사기 번거로워 출판사에 직접 공동구매한 것”이라며 강매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정 전 의원은 또 ”개인적으로 100여만원 들여 사람들에게 우편으로 책을 보내줬다”며 “김 지사를 도와주기 위해 책을 구입한 것이며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샀다는 정 전 의원의 주장과 달리 책더미가 발견된 건설사는 발뺌하기 바빴다.

18일 A건설사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저희(건설사)만 (김 지사 책을 구매했다고 기사가) 나가는거냐 다른데도 같이 나가는거냐’”고 물었다. 관계자의 말에는 다른 기업들도 같이 (김 지사의 책) 구입했는데 A기업만 (책을 샀다고) 기사가 나가는지를 확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이어 “(사실을 확인할만한) 사진이 있으면 보내줄 수 있느냐”며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이후 관계자는 본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어디서 얘기를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구매한 적이 없다”며 구매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해당 출판사 관계자는 “A건설 본사에서 500~600부를 구매했다”며 “구매한 적 없다”는 A건설사와 배치되는 답변을 했다.

본지가 확보한 택배박스 사진 ⓒ천지일보 2019.4.18
본지가 확보한 택배박스 사진. 경남지역 A건설사 현장사무실에서 발견된 김경수 '사람이 있었네' 책이 담긴 택배 박스. 수취인이 명확이 보이지만 해당 기업은 구매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출판사는 해당 기업이 500~600권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19.4.18

본지가 확보한 택배박스 사진에는 김 지사의 책과 해당 기업의 이름, 수령인의 이름 등이 선명하게 보인다.

정 전 의원이 1000권을 공동구매했다는 주장과 달리 최소 3000권 이상을 경남지역 기업들이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출판사 관계자는 “김 지사의 책은 경남에 있는 30여개 기업에서 구입했다. 주로 경남도내 기업으로 배송됐다. 구입한 날짜는 3월에 많이 구매했다”고 했다. 이어 “경남도내 해당 기업별로 최소 100~200부를 구매했다. A건설 본사에서는 500~600부를 구매했고, C건설의 경우는 서점에서 책을 100권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정봉주 의원은 500부를 구입했다”며 “김경수 지사 ‘사람이 있었네’ 개정판을 내고 나서 9쇄 정도를 찍었다. 3월에만 최소 5000부 이상을 발행해 경남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웃돈 판매 논란을 의식한 듯 “1만 6000원 정가로 판매했다”고 덧붙였다.

경남도 관계자는 김 지사의 저서 판매와 관련해 “금시초문이다. 처음 듣는 얘기”라며 “김경수 지사 개인 저작물에 대해 도에서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의 개인적인 저작물이고, 직원들에게 책을 사달라는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경수 지사는 지난 1월 30일 ‘드루킹’ 불법 여론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4월 17일,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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