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17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17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범행 동기 조사에 ‘횡설수설’

각종 추측, 명확한 근거없어

의사 “조현병 관리철저” 강조

경찰의 소극적 대처 논란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이웃 주민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5명에게 부상을 입힌 40대 남성의 범행 동기가 미궁 속인 가운데 이유·조건 없이 타인을 해치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일고 있다. 또 이 남성의 전력과 관해 경찰의 소극적 대처도 논란으로 제기됐다.

지난 17일 새벽 4시 25분경 안모(43)씨는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내 자신의 집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렀다. 그는 해당 아파트 2층 엘리베이터 입구에 머물러 있다가 불을 피해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초등학교 6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 등 10대 여학생 2명, 50대·60대 여성, 70대 남성이 치명상을 입고 숨졌다.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부상을 당한 사람은 6명이었고, 화재 연기로 다친 사람은 9명이었다.

안씨의 범행 동기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에 체포된 그는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저지른 이유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했다. 그는 “임금체불 때문에 범행했다” “음해하려는 세력에 대해 방어하기 위해서 그랬다” 등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안씨는 “사회적으로 계속 불이익을 당하고 있고, 기업체·퇴사 뒤·치료 과정 등에서 불이익을 당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하기도 했고 “누군가가 아파트를 불법 개조해 CCTV를 설치했다. 주거지에 벌레와 쓰레기를 던졌다. 모두가 한 통 속으로 시비를 걸어왔다”며 피해망상증과 같은 진술을 하기도 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4시 29분께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진주경찰이 관련 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4시 29분께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진주경찰이 관련 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일각에서는 ‘층간소음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숨진 사람들 중 다수가 여성과 노인이었던 점에서 사회적 약자를 노린 범죄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처럼 이유와 조건을 따지지 않고 타인을 해치는 일종의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안씨가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현병 등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에 의한 범죄가 재조명된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강북삼성병원 의사 살해 사건도 이와 비슷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갑자기 흉기를 휘둘러 의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모(30)씨는 조울증으로 불리는 양극성 장애를 앓아 입원치료 등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은 시인했으나 범행 동기를 두고는 횡설수설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들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현장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들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현장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전문가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 중에서도 조현병 환자에 대해서는 더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조현병 환자는 비현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서 판단하거나 허구의 세계를 믿으며 망상에 빠져있거나 환각·환청·환시가 현실이라고 믿기도 한다”며 “이번 경우처럼 실제론 음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음에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조현병 환자의 약물 복용”이라며 “환자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약물을 복용하지 않으면 보통 수개월 이내 재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현병 환자라고 해서 모두가 공격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거나 거친 성격을 가진 사람의 경우 조현병이 심해지면 공격성을 보이고, 이번과 같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면서 환자 관리가 철저해야 함을 강조했다.

안씨의 정신장애 여부와 관련해 범행이 있기 전에 경찰도 다소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소극적 대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지난 2015년부터 조현병을 앓아왔던 안씨는 10대 여고생이 살고 있는 집 앞에 오물을 투척하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주민들을 괴롭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네 주민들은 꾸준히 신고를 넣었다. 또한 한 주민에 따르면 경찰뿐 아니라 관할 동사무소와 임대주택 관리소에도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결국 사건이 터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출동 당시 미미한 신고였으며 매뉴얼에 따라 대처를 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현장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현장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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