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정수] 지난 2016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차병원에서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이 최근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신생아가 숨지기 전 낙상사고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8일 분당차병원 건물 모습. ⓒ천지일보 2019.4.18
[천지일보=김정수] 지난 2016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차병원에서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이 최근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신생아가 숨지기 전 낙상사고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8일 분당차병원 건물 모습. ⓒ천지일보 2019.4.18

과거 ‘신생아 머리칼자국도’

“잘못 시인하고 책임져야”

“수술실 CCTV 설치했으면”

검찰, 의사 2명 구속영장 청구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차여성병원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신생아 사망사건을 조작·은폐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병원은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도 신생아 사망이 낙상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분노하면서 병원의 해명도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본지가 분당차병원을 방문한 17일 해당 병원의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신없이 환자들을 대응하고 있었다. 이날 병원에 진료를 기다리는 이들 중에선 산모들이 많이 보이진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이들은 제법 있었다. 기자가 신생아 사건에 대해 질문을 꺼냈을 때 일부 환자들은 말을 아끼거나 화재를 돌리는 등 쉬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1개월이 된 손녀가 아파서 병문안 왔다는 김은영(가명, 65, 여)씨는 해당 사건을 접하곤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손녀가 입원한 곳에서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솔직히 병사라는 발표는 병원 측에서 하는 변명으로 들린다. 신생아가 죽었는데 부모에게 제대로 된 사실을 설명치 않고 병사로 처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김씨는 “병원에서 신생아의 사망이 여러 질병이 복합된 병사라면 처음부터 밝히면 되는 일인데, 부모에게 밝히지 않았다는 건 결국 (의료진들의) 실수로 벌어진 낙상 때문이라고 반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병원 측에서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보상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병원 측의 해명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시민들의 반응은 이어졌다. 병원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진(31, 여, 경기도 용인시)씨는 “다른 곳도 아닌 병원에서 한 아이의 사인을 은폐·조작했다는 사실에 엄청 화가 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애써 화를 참는 모습을 보였다.

유남석(가명, 64, 남)씨는 “당연히 잘못을 인정하고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 맞는데, 왜 은폐를 했는지 의문”이라며 “어차피 밝혀질 사안인데 병원에서는 사인을 사실대로 밝히고 수습하는 것이 맞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아들이 입원해 있다는 김학우(가명, 39, 남,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씨는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신생아의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 싶다”며 “이번 사건으로 병원에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을 텐데, 변명하기보다는 온전히 시인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다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무엇이든 잘못을 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다 실수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잘못한 것을 어떻게 처리 하느냐가 중요한데, 잘못을 은폐하려고 하는 것부터 문제가 되며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생아 사망 사건을 접한 몇몇 시민들은 해당 병원에 대해 ‘또 그 병원이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7년 7월에도 차병원은 가족에게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하던 중 신생아의 머리가 메스에 베여 2㎝ 정도 찢어진 사고였다. 더욱이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5시간이 지나서야 봉합 수술을 진행했다는 산모 측의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천지일보=김정수] 지난 2016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차병원에서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이 최근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신생아가 숨지기 전 낙상사고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8일 분당차병원 건물 모습. ⓒ천지일보 2019.4.18
[천지일보=김정수] 지난 2016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차병원에서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이 최근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신생아가 숨지기 전 낙상사고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8일 분당차병원 건물 모습. ⓒ천지일보 2019.4.18

당시 머리에 수술 자국이 선명한 상태였던 아이 가족들이 병원에 수차례 항의하고서야 다음날 담당 의사가 찾아와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병원은 사과를 하면서 6개월 간 외래진료비를 대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닌 물질적인 사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의료사고가 계속해 벌어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병원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수술실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주희(가명, 39, 여)씨는 “이전에도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대행을 했다가 환자가 사망한 일을 접해 충격이었는데, 이번에는 의사의 실수로 신생아가 목숨을 잃었다”며 “가족이 아픈데 병원에 안 갈 수도 없고 솔직히 걱정된다. 차라리 수술실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선 의사가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켜 환자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시민단체는 수술실 내 CCTV를 의무화 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보건복지부는 검토 중이라며 환자의 안전관련 방안들을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에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김주희씨의 남동생 김호영(가명, 38, 남)씨는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한다면 의사들도 조심할 것이고,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직접 확인이 가능하니 환자를 맡긴 가족의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경찰과 분당차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8월 이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를 의료진이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병원은 아기를 소아청소년과로 옮겨 치료했지만, 아기는 몇 시간 뒤 끝내 숨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증거인멸 등 혐의로 분당차병원 소속 의사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15일 신청했다. 이튿날 검찰은 이를 법원에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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