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성완 기자] 1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열린 통일연구원 개원 28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1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열린 통일연구원 개원 28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구갑우 “韓, 기획자 역할까지 할 수 있어야”

문장렬 “北, 비핵화 정의 없어 진정성 의심”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한국이 더 적극적인 당사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사자로서의 역할은 주권이면서 책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장렬 국방대학교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열린 통일연구원 개원 28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한국은 북한이든 미국이든 할 말을 해야 하고 갈등도 감수하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또 한반도 평화는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군비통제라는 3개의 틀 위에서 이뤄진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당면 과제는 단기적으로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가에 달려 있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관련 당사국들의 전략 변화와 상호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이 같은 주장에 궤를 같이하면서 “정부가 지금까지는 위치적이고 방법론적인 중재밖에 하지 못했다”며 “당사자가 되려면 우리의 중재안으로 북한과 미국을 콘텐츠로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당사자가 되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선 “김 위원장의 연설은 우리에 대한 불만인 동시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북한에 완전 무장해제에 준하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미국을 설득함으로써 북한을 신뢰케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국이 당사자·중재자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종의 기획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기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교수는 또 “한국이 평화과정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의 지속 등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트릴레마(trilemma)에 빠졌다”며 “모든 것을 추구하다 정책의 혼선 또는 모순이 발생해 남·북·미 간 신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문 교수는 “세 가지가 서로 모순점이 있지만 꼭 트릴레마가 아닐 수 있다”며 “안보 외에도 미국에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이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비핵화 정의 및 로드맵’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됐다.

모두가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공유된 게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미국의 경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이른바 ‘빅딜 문서’를 통해, 핵무기와 핵물질을 반출할 것을 분명히 했다. 이 문서에는 탄도미사일, 화학·생물무기 등의 폐기도 포함돼 있다.

문 교수는 “미국과는 달리 북한은 공식적으로 비핵화의 정의가 뭔지, 최종상태가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한 바가 없다”면서 “김 위원장이 몇 차례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그마저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유하는 정의가 없으니 달성을 위한 로드맵도 없는 상태”라며 “북한은 비핵화 정의를 공표할 필요가 있고 정의가 된 다음에 부수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비핵화 정의를 확립하는 데 있어 남북워킹그룹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실행 가능한 비핵화 정의와 로드맵을 대북제재 해소와 연계해 도출함으로써 미국이 안심하고 상응조치들을 취하도록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워킹그룹이 발전해 남·북·미 워킹그룹으로 갈수 있고, 현실적으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교수도 “평화·통일 과정의 접점으로서 연합적 거버넌스라는 틀에서 워킹그룹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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