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17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국내 최초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던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와 관련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가 17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국내 최초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던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와 관련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원희룡 “병원개원 노력 없었다”

병원 필요인력 채용 발표와 달리

청문 과정서 증빙할 자료 제출無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도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가 결국 취소됐다.

17일 제주도에 따르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국제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의 청문조서와 청문주재자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난 지난해 12월 5일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린 지 4개월여 만에 이를 뒤집는 결정이다.

개설하거를 취소한 근거는 의료법 64조다. 원 지사는 “조건부 개설허가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법에서 정한 3개월의 기한을 넘기고도 개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원을 위한 실질적 노력도 없었다”고 개설허가를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개원 기한인 2019년 3월 4일을 넘기고도 개원하지 않자 지난달 26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실시했고, 청문주재자는 지난 12일 청문조서와 최종 의견서를 도에 제출했다.

청문주재자는 15개월의 허가 지연과 조건부 허가 불복 소송 제기 등의 사유가 3개월 내 개원 준비를 하지 못할 만큼 중대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내국인 진료가 사업계획상 중요한 부분이 아님에도 이를 이유로 개원하지 않았고, 의료인 이탈 사유에 대해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으며, 애초 병원개설 허가에 필요한 인력을 모두 채용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청문과정에선 채용을 증빙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점 등을 지적하는 의견을 냈다.

원 지사는 “지난 12월 5일 조건부 개설허가 이후 개원에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협의하자고 수차례 제안했지만, 녹지 측은 이를 거부하다가 기한이 임박해서야 개원 시한 연장을 요청해왔다”며 “실질적인 개원준비 노력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요청은 앞뒤 모순된 행위로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녹지병원은 애초 외국인을 주된 고객으로 하겠다고 사업계획을 제시했기 때문에 내국인 진료 여부는 개원에 있어서 반드시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이를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병원을 개원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모순되는 태도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공론화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뒤로 하고 외국인 진료에 한해 조건부 개설허가 결정을 내린 것은 침체된 국가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의료관광사업 육성, 행정에 대한 신뢰도 확보, 한중 국제관계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공공의료체계엔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반영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병원 측이 개설허가 뒤 개원에 관한 의료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 취소 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사후 있을지 모르는 법적 문제도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원 지사는 언급했다.

원 지사는 “법적 문제와는 별도로 의료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도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헬스케어타운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상화 방안을 찾기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녹지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녹지병원이 허가 직후 제주도를 상대로 외국인만 진료를 허가하는 조건부 개원 허가를 취소하라고 행정소송을 낸 바 있다. 이번 제주도의 결정을 받아든 병원 측이 다시 한 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만약 앞서 낸 소송에서 병원 측이 승소한다면 제주도에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일부 주민들은 토지반환소송 등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취소 결정의 뒷수습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