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 김덕수

음식은 몸이 요구하고 먹어달라는 것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좋은 음식이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좋은 음식이란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말합니다. 임신했을 때 나타나는 입덧이나 사람이 매우 허약하거나 몸살이 심히 났을 때 간절히 먹고 싶은 음식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꼭 먹어주거나 먹여야 합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심신이 탁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식습관에 사로잡혀 탐심으로 음식을 먹게 됩니다. 그러면 습관화된 음식이 실지로는 본인의 몸에 해로운데도 몸에 이로운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우리 조상들은 언제나 물욕을 멀리하며 심신을 맑히는 삶을 영위해 왔습니다. 심신을 맑히려면 몸과 마음을 함부로 가질 수 없습니다.

요즘에는 율신(律身)이니 지신(持身)이니 하는 말들도 사라진 지 오래됩니다. 수도를 해서 몸과 마음의 찌꺼기가 다 빠져 나가고 나면 머리는 그렇게 맑고 몸은 날아갈 듯이 가뿐합니다. 현대인들은 물질의 풍요와 문명의 이기에 팔려 열에 아홉이 게으르고 나태해졌어요. 자연에 순응하는 삶은 첫째가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래야 심신이 건강합니다.

그런데 한 번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현대인치고 질병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신부님도 스님들도 암에 걸립니다.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기계가 고장나는 것이나 사람이 병에 걸리는 것이 따지고 보면 같은 이치입니다. 몸이 틀어지면 오장육부가 틀어지고 각 기관이 제자리를 이탈합니다. 오장육부가 틀어지면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합니다.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한 것이 지체(遲滯)요 더 심해지면 정체되어 혈관이 어딘가에서 터지게 됩니다.

원래 우리 민족은 채식위주의 식사를 수천 년 지속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서양의 식품영양학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체질 그리고 삶의 방식을 도외시한 채 우리들의 식단을 좌지우지하게 되었어요. 그러니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리란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던 것입니다. 거기에다 인공조미료와 온갖 식품첨가물이 넘쳐나고 있어요. 또한 우리의 먹거리를 대량으로 재배하면서 인공비료가 남용되고 있습니다. 인체에는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방어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방어체계가 무너져버린 것 같아요. 현대에 유행하는 대부분의 암들은 피가 탁해져서 오는 질병입니다. 피가 탁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인간들이 거칠게 살아서 그렇습니다. 차분하게 뒤돌아보면 해결책은 자명하게 드러납니다.

우리 몸에서 수화(水火)의 작용이 제대로 되면, 즉 수승화강(水昇火降)이 되면 머리는 시원하고 손발은 따뜻해져 자연스레 건강해집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수화가 알맞지 않아 거의 건강에 이상이 있습니다. 열이나 화가 위로 치솟아 머리는 늘상 지끈지끈합니다. 그래서 얼굴엔 짜증들을 달고 살아요. 이 모든 것은 심신이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아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요즘은 주위에 상식으로도 이해가 잘되지 않는 일들이 많습니다. 절집에 가보면 아침 공양으로 죽이 나오는 곳이 많습니다. 인도에서 부처님 당시 아침 공양을 죽을 먹었으니 마땅히 우리네 스님들도 죽을 먹고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죠. 참 갑갑한 소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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