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원소의 장수 문추에게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한 공손찬은 홀연히 나타난 상산 조자룡에 의해 목숨을 건졌다. 조자룡과 함께 진영으로 돌아온 그는 군사들을 편성해 다시 원소를 공격했다. 그는 조자룡의 진심을 확실히 알 수 없어 일군을 맡긴 뒤 후군에 두었다.

공손찬의 대장 엄강이 원소 군을 공격하다가 창에 찔려 말 아래 떨어지자 군사들은 뭉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원소의 군사들은 기운이 백배나 솟구쳤다. 원소의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원소의 선봉장 국의는 먼저 공손찬의 수 자 깃발을 들고 서 있는 병사의 목을 치니 대장기는 쓰러지고 공손찬은 급히 말을 달려 다리 아래로 달아나 버렸다. 국의는 달아나는 공손찬의 후군을 시살하려 할 때 소년 장군 조자룡이 창을 들고 나는 듯이 나타났다.

“상산 땅의 조자룡이 네 놈을 기다린 지 오래다.”

조자룡은 국의를 향해 소리를 치면서 그의 진으로 돌입하면서 먼저 국의를 창으로 찔러 단번에 말 아래로 떨어뜨리고 좌충우돌하니 마치 사람이 아니라 천신이 무인지경으로 말을 달리는 듯했다.

공손찬의 군사들은 생기가 살아났다. 공손찬은 친히 군사를 지휘해 원소의 진으로 공격하니 원소의 군사는 일패도지가 되어 대패해 달아나 버렸다.

그 전에 원소는 척후 병사를 보내어 싸움의 형세를 알아보라 했더니 척후가 돌아와 보고를 했다.

“국의 장군이 공손찬의 대장기를 쓰러뜨리고 공손찬을 쫓아서 적의 진으로 진입했습니다.”

원소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전풍과 함께 장하의 창을 가진 군사 수백명과 궁전수 수십 기만 거느리고 말을 타고 전세를 살피러 나갔다. 그 때 국의는 공손찬의 진으로 들어가 좌충우돌을 할 때였다. 원소는 마음이 쾌활했다.

그는 공손찬을 무능한 위인이라고 비웃으며 크게 웃었다. 그가 드높게 웃고 있을 때 돌연 상산 조자룡이 말을 달려 국의한테로 덤벼들었다. 원소의 궁전수들은 황급히 시위에 살을 메겨 조자룡을 쏘려 할 때 조운은 벌써 무인지경으로 말을 달려 적장 8명을 찔렀다. 원소의 군사는 후면으로 쫓겨 달아나고 공손찬의 군사는 물밀듯 지쳐 들어가니 전풍은 황망히 원소에게 아뢰었다.

“일이 급합니다. 주공께서는 속히 담 안으로 몸을 피하십시오.”

전풍은 말하면서 성문 옆의 담을 가리켰다. 원소는 성이 왈칵났다. 머리에 썼던 투구를 벗어서 땅에 내던지면서 호통을 쳤다.

“대장부가 진터에서 싸우다 죽을지언정 어찌 담 속에 들어가 구구하게 피신을 한단 말이냐!”

원소의 대장다운 패기의 말에 모든 군사들은 일제히 죽을 마음을 먹고 싸웠다.

조자룡은 아무리 진을 뚫고 원소를 취하려 했으나 죽음을 각오하고 한마음이 되어 싸우는 군사들을 당해 낼 수가 없었다.

원소의 군사들은 맹장 안량이 군사를 거느려 진으로 들어오자 다시 생기를 얻었다. 원소는 두 길로 공손찬의 군사를 시살해 들어갔다.

조자룡과 공손찬은 어느덧 원소의 군사들에게 겹겹이 포위를 당하고 있었다. 조자룡은 공손찬을 보호하며 에워싼 적병들을 뚫고 다리 끝으로 밀려 왔을 때 원소의 군사들은 물밀듯 쏟아졌다. 공손찬의 군사들은 다리 아래로 떨어지면서 물에 빠져 죽는 자가 헤아릴 수가 없었다.

원소는 신바람이 났다. 공손찬의 뒤를 쫓아 5리쯤 달렸을 때 별안간 산모퉁이에서 함성이 일면서 일대 군마가 짓쳐 나오는데 앞에는 세 사람의 대장이 호통을 치며 말을 달렸다. 원소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세 사람의 장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유현덕, 관우, 장비였다. 세 사람은 일제히 원소를 향해 큰소리로 외치면서 달려들었다.

“원소는 달아나지 말고 우리 삼형제의 삼반무예를 받으라!”

말이 끝나자 유비의 쌍고검, 관우의 청룡도, 장비의 장팔사모창은 일제히 원소의 목을 겨누며 쫓아들었다. 원소는 혼비백산이 됐다. 손에 들었던 보도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을 채쳐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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