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해외 원정도박을 해도 6개월이면 컴백하는 연예인, 상습적으로 마약을 해도 불구속이 되는 로버트 할리, 성접대를 알선해도 조금 시간이 지나도 ‘냄비근성’으로 잊혀지는 가수. 그러나 유독 유승준이 철없던 시절 저질렀던 병역기피 사건에 대한 그를 향한 시선은 너무 차갑고 독하기까지 하다.

지난 2001년 매스미디어를 통해 군대를 가겠다고 팬들에게 여러 번 공표했던 유승준이 주변의 설득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고, 그의 선한 이미지와 ‘바른 청년’ 꼬리표를 믿었던 팬들의 실망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필자가 최근 주변 20대를 포함한 지인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1명은 유승준의 컴백에 반대했으나, 과반수 이상인 19명은 “너무 긴 시간이 지났다. 17년이면 충분히 반성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돌아와도 된다” “돌아와야 할 때이다” 등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던 11명은 주로 50대, 60대들이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보수나 진보, 꼰대인가 아닌가를 떠나 그들의 자유로운 의견이고 생각이다. 50, 60대들의 답변은 이랬다. “괘씸해. 약속을 안 지키고” “군대를 간다면 다녀왔어야지, 왜 피해” 등이다.

27세 때 한국을 떠난 젊은 청년 유승준은 벌써 44세 아저씨며 네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리고 벌써 데뷔 22주년을 맞은 중견 댄스 가수가 됐다. 비록 한국에서의 활동 경력은 5년이지만, 당시 활동했던 그의 독보적인 원톱 무대 퍼포먼스와 아티스트로서의 무한한 에너지는 지금 유튜브 영상을 보는 20대들조차 한국의 레전드 댄스 가수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유승준은 자신의 22주년을 자축하며 “나도 한때가 있었고 그 누구보다 그 한때가 찬란했다고 스스로 자부하며 살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 또한 한때였다. 흐르는 세월 앞에 우리 모두 겸손을 배우고 인생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유승준이 자신의 가수 인생을 자축하며 흘러 내린 멘트에는 충분히 마음으로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된 선택에 대한 반성과 세월의 허무함을 느낄 수 있다.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하는 법무부는 유승준이 다시 돌아오면 여전히 사회의 병역기피 풍조를 조장하고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한다. 과연 팬들을 떠나서 지금의 국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것도 모자라 유승준이 40세에 군 면제 연령을 넘긴 후 입국을 시도한 이유를 미국과 중국에서 활동 중인 유승준이 국외에서 얻은 수익에 과세가 없기 때문이고 세금 감면 혜택을 노리는 꼼수 아니냐고 지적한다.

정말 유승준이 한국에 그토록 오고 싶어 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인기를 다시 얻기 위해서일까. 유승준 시대를 겪은 이들은 그저 독보적 레전드 댄스 가수의 입국 불허에 대한 아쉬움과 당시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고 싶은 그리움 때문이다. 젊은 시절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고국에 여행조차 오지 못하게 막은 17년의 생활은 아무리 ‘괘씸죄’라 하더라도 충분하리라 본다. 유승준의 입국불허는 유승준뿐 아니라 그의 아내, 아이들에게도 엄청난 상처일 것이다. 그는 아직도 주장하고 있다. 분명 잘못된 판단을 했지만, 오해와 거짓으로 만들어진 편견은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말하고 있다.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승준이 언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국 땅을 밟을 것이다. 우리는 그를 용서한다, 안 한다를 말하는 것보다 왜 그때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1997년 한국 가요계를 휩쓸겠다고 머나먼 나라에서 꿈을 안고 고국을 찾았던 22세 유승준에게 기회를 줬듯이 우리는 더 늦기 전에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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