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발생한 화재로 첨탑이 무너지는 현장을 8장의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출처: 뉴시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발생한 화재로 첨탑이 무너지는 현장을 8장의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첨탑 붕괴에 시민들 ‘탄식’

첨탑 개보수 중 사고 추정

[천지일보=이솜 기자]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자 역사적 장소인 노트르담 대성당에 큰 불이 나면서 전 세계가 탄식과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파리시와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0분께 파리 구도심 센 강변의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쪽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구쳤다.

소방대가 즉각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성당 내부 목재 장식 등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진화 작업은 더디게 이뤄졌다.

성당 내부의 예술품 등 소중한 문화재가 많이 보관돼 있는 만큼 화재 진압 방식도 상당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불이 난지 1시간여 뒤에는 나무와 납으로 만들어진 첨탑이 붕괴됐다. 이 모습을 본 파리 시민들은 충격을 호소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구도심 시테섬 동쪽에 있는 성당으로, 에펠탑과는 또 다른 프랑스의 상징이자 프랑스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왔다.

프랑스 고딕 양식 건축물의 대표작이자 12세기에 건축된 후 자리를 지키고 있어 프랑스의 역사가 숨 쉬는 장소이기도 하며 하루 평균 3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파리 최고의 관광명소로도 꼽힌다.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쓴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의 무대로도 유명하고, 1804년 12월에는 교황 비오 7세가 참석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대성당은 오랜 역사 동안 여러차례 공격을 당했지만 이번처럼 피해가 크진 않았다.

1500년대 중반 위그노로 불리는 개신교 신자들이 대성당 성상들을 우상숭배로 여겨 파괴했고, 1789년 대혁명이 일어난 후 가톨릭 특권층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일부 훼손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때 폭탄 투하로 일부 파괴되기도 했지만 종전 후 철저한 고증을 거쳐 복원됐다.

이처럼 전쟁도 버틴 대성당이 화마에 잡혀 속절없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파리 시민들의 허탈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800년 넘는 수백 년 된 목재 구조물이 한순간 사라지자 영국 왕립건축학회는 “노트르담의 지붕과 첨탑이 불탄 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프랑스 고딕 건축 유산을 잃은 것이다”고 평가했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다만 다행인 점은 노트르담 전면부의 두 개의 탑까지 화재가 번지지 않은 것이다.

대성당 문화재 소실도 우려되는 가운데 가시면류관과 13세기 프랑스 왕이 입었던 튜닉 등 여러 주요 작품들이 무사히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파리 검찰청 수사관들은 이번 화재가 사고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테러 동기를 포함해 방화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AP통신도 파리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그간 진행해온 첨탑 개보수 작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성당의 큰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오후 11시 30분께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에서 “슬픔이 우리 국민을 뒤흔든 것을 알지만 오늘 나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면서 대성당의 화재 피해 수습과 재건을 위해 전 국민적 모금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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