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더욱 힘차고 신속하게 그리고 정도(正道)로 역량을 십분 발휘해 더 찬란한 동원의 새 역사를 써주시길 바랍니다.”
김재철(84) 동원그룹 회장이 16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하며 전격 퇴진 의사를 전했다.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하고 반백년 만의 퇴진이다. 그의 퇴진은 평소 ‘기업은 환경적응업이다’라며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김 회장이 동원의 변화와 혁신을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내린 결정이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경기 이천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50주년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그간 함께해준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사퇴 소식을 전했다. 그는 “동원이 창립된 1969년은 인류 최초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디딘 해다. 선진국은 달에 도전할 때 동원은 바다 한가운데 낚시를 드리워 놓고 참치가 물기를 기다리는 사업을 시작했다. 엄청난 역사 발전의 갭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고 열심히 땀 흘리며 힘을 모은 결과 오늘날 동원은 1,2,3차 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6차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오늘의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이라며 “여러분의 활동이 사회에 필요한지 진지하게 생각하며 늦지 않게 전진하고 정도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란 것도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세상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새바람이 거세게 불어오지만 동원 가족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치 극복할 수 있다”며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직접 발표하기 전까지 퇴진 소식은 일부 고위 임원만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이날 사내방송을 통해 갑작스럽게 사퇴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직원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회장에서 물러난 후 김 회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에만 그간 쌓아온 경륜을 살려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그간 하지 못했던 일,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일도 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 퇴진 이후 동원그룹 경영은 큰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는 기존 경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체제 관련해서도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중심이 돼 경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철 회장은 대표적인 재계 1세대 창업주다. 그는 한국 최초의 원양 어선인 지남호의 실습항해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3년 만에 최연소 선장이 됐고 30대 중반 1969년 4우러 16일 서울 명동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3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창립했다. 이후 신규 어장 개척, 첨단 어법 도입하고 오일쇼크 위기까지 넘어서며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성장했고 재계 45위까지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