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예수교회(예장) 통합 정체성과 교회수호연대(예정연)’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총회를 위한 기도회 및 2차 공개세미나를 열고 있다.ⓒ천지일보 2019.4.4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예수교회(예장) 통합 정체성과 교회수호연대(예정연)’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총회를 위한 기도회 및 2차 공개세미나를 열고 있다.ⓒ천지일보 2019.4.4

예장통합 소속 노회서 고개 드는 ‘세금금지법 폐지’ 움직임

예정연 활동과 함께 확산… 대구동·진주남노회서 청원 예정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 장자교단이라고 자부하는 대형교단 내에서 어렵게 마련됐던 세습금지법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읽힌다.

부자 세습으로 교계 내 파란을 일으킨 명성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내에서 목회자 대물림 금지법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구체화하고 있다. 올 가을 총회에는 관련 헌의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 봄 정기노회에서는 목회자 대물림을 금지하는 교단 헌법 28조 6항에 대한 삭제 요청이 담긴 청원이 진주남노회와 대구동노회에서 나왔다. 진주남노회는 지난 11일 정기회를 열고 총회에 세습금지법 삭제를 요청하는 청원을 결의했고, 이에 앞서 9일 대구동노회도 세습금지법 폐지 또는 보완 청원을 결의했다.

예장통합 교단이 세급금지 관련 조항은 헌법 제2편 정치 제28조 목사 청빙과 연임청원 6항으로,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 청빙에 있어, 아래 각 호에 해당하는 이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단 자립대상 교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란 내용이다.

각 호에 해당하는 내용은 1호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와 2호 ‘해당 교회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이다.

폐지를 요구하는 목회자들은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분위기다. 현재 예장통합은 교단법상 미자립교회에 한정해 대물림을 허용하는데, 사실상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또 일각에서는 세습금지법이 있어도 변칙세습 등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례가 있어서 보완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세급금지법 폐지 청원은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 최경구 대표회장)와 맥을 함께한다. 예정연은 세습금지법 폐지 청원을 각 노회에 요청하고 있다.

예정연은 지난 4일에도 공개 세미나를 갖고 지난 103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부자세습을 불법이라고 규정한 총회 결의를 문제삼았다. 이 자리에서 장신대 소기천 교수는 ‘세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 불쾌감을 내비치며 104회 총회에 세습금지법 폐지를 청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예장통합 총회 전 헌법개정위원 김연현 목사는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대형 교회가 안 되면 미자립교회도 안 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세습금지법은) 법적 안정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 세습금지법 왜 나왔을까

예장통합 교단 내에서 세습금지법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한 것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장통합은 2012년 통계당시 세습교회 중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 기감이 교회세습방지법을 마련하자, 교회 세습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다. 당시 한국교회는 기감을 선두로 교회 세습 문제를 화두로 삼고 총회에서 세습방지법 제정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기장과 예장통합도 곧이어 세습방지법을 입법했다.

예장통합은 이른바 교회 세습금지법으로 불리는 ‘목회 대물림 금지법’을 지난 2014년 9월 24일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같은 교단차원의 자성과 개혁의 움직임에도 개별 교회들은 교회를 세습하기 위해 법망을 피할 수 있는 갖은 ‘꼼수’를 짜내고 있는 형편이다. 유형만 해도 직계·사위·지교회·징검다리·다자간·복합M&A·교차·동서간세습 등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됐다.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 세습금지법에 정면 도전한 게 명성교회다.

명성교회는 세습금지법이 개정된 것으로 여긴 헌법위원회의 해석에 따라 2017년 11월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부자 세습을 강행했다. 법안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교단 내에서는 세습금지법이 유효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2017년 9월 정기총회에서 헌법위는 세습금지법이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는 했지만 법안을 개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다음 달 진행된 서울동남노회 정기노회 전 세습금지법이 유효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예장통합 교단 내에서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논란이 거센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열린 예장통합 제103회 정기총회에서는 목사·장로 총회대의원(총대)들이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해 세습금지법의 정신을 훼손했다며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총대들은 총회재판국 보고를 받지 않고 명성교회 세습을 적법하다고 판결한 재판국 15명 전원을 교체할 것을 결의했다. 세습을 인정한 재판국 전원을 불신임했다. 그 전날에도 세습금지법 관련 102회기 헌법위원회 보고, 즉 사실상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하는 이 보고를 채택할 수 없다는 표가 과반수를 넘었다.

이 같은 여론에도 2017년 부자 세습을 완료한 명성교회는 아무런 제제 없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 세습금지법의 한계 ‘변칙세습’

이 때문에 현재 예장통합의 세습방지법을 놓고 한계성을 지적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의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세습반대운동 및 세습방지법 논의가 본격화된 2013년 이후 직계세습보다 변칙세습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세습방지법이 통과된 기감과 예장통합에서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3년 6월 29일부터 2015년 1월 19일까지 진행한 변칙세습 현황 조사 결과 2012년 이전에 94곳, 2013~2014년까지 28곳 등 총 122곳이 세습을 완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직계세습은 85곳, 37곳은 변칙세습을 진행했다.

올해 가을 예장통합 정기총회에서는 세습금지법의 존속-폐지-보완을 둘러싼 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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