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카르툼의 육군본부 인근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출처: 뉴시스)
15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카르툼의 육군본부 인근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수단,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시민들이 민중의 봄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진보 배우인 조지 클루니는 북아프리카에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에 큰 박수를 보내며 “이제는 북아프리카가 전쟁, 군부나 무장세력의 장악에서 벗어나 민간 통치가 자리잡고 군부가 해체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수단 민중은 군부에 즉각적인 민정 이양을 요구하는 연좌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011년 이집트 반정부 항쟁에 참여하며 한동안 야당 대표를 지냈던 칼레드 다우드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8년 전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를 휩쓸었던 민주화 혁명 ‘아랍의 봄’의 불씨가 북아프리카에 확실히 살아났다며 수단 민중은 30년 독재자의 몰락에 환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북아프리카에서 정부의 독재와 무능,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아프리카 지역에 민중의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곳은 수단이다. 지난해 12월 정부의 빵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의 퇴진 운동으로까지 확대되며 1989년부터 쿠테타로 30년간 국가를 장악한 바시르도 두손을 들었다.

30년 독재자를 끌어내린 수단 민중의 뜨거운 민주화 열망에 군부마저 눈치를 살피고 있다.

가디언은 수단 시민들은 매 주말 1만명 이상 모여 군 본부 앞에 몰려가 시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민들은 혁명을 통해 독재자를 쫒아내고 군부정권이 몰락했다고 보도했다.

BBC 역시 8년 전 아랍의 봄이 일어났던 국가들을 언급하며 튀니지에서 시작했던 아랍 민주화운동은 이집트, 예멘과 시리아 등으로 확대되며 아랍국가 전역에 불길같이 타올랐던 시절을 설명했다.

이어 수단은 군부독재 30년, 알제리는 20년의 시간 동안 시민들은 권리를 찾지 못하고 억압받았으며, 수단의 경우 국민이 죽어가고 있는 현 시점에 무리하게 올린 ‘빵값’이 화근이 되어 독재자에게 치명적인 화살이 되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단의 봄바람을 일으킨 세대는 수단의 지식인들과 20대 등 차기 수단을 이끌어갈 핵심세력이었다. 수단 지식인들과 20대들은 독재자 퇴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즉각적인 문민정부 설립을 주장했다.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수단, 알제리에서 일어난 이번 시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때와 비교해 진화된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며 주로 젊은 시민단체 활동가, 지식인, 2030 성인들 등 아랍의 봄 시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조직, 단체가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특히, 수단의 경우 수단전문직업협회(SPA)가 시위를 주도했으며 이들은 의사, 교사, 엔지니어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로 구성돼 있다.

영국 BBC는 이번 수단의 민중운동은 중산층 집단과 심지어 군부 인사의 자녀들도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며 군부세력이 폭력을 진압하지 못한 이유도 미디어의 감시도 있지만, 이런 배경도 숨어있다고 분석했다.

남성들뿐만 아니라 정치적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북아프리카 젊은 여성들의 시위도 크게 눈에 띈다.

특히, 최근 수단에서 흰 옷을 입은 한 건축 공학도 여성이 시위의 상징으로 주목되며 많은 젊은이들의 동참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SNS를 타고 수단의 ‘자유의 여신상’으로 불린 이 여성은 민중을 향해 혁명에 동참하라고 호소했다.

혁명 속 여성이 수단의 일하는 여성을 상징하는 토브와 페다야를 착용한 건 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싸운 이전 세대 여성들에 대한 경의 표시와 더불어 아프리카 여성들의 권리 신장을 의미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수단에선 여성이 입을 수 있는 옷과 갈 수 있는 장소가 법률로 정해져 있고, 이를 위반했을 때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에서 북부 아프리카는 세계 최하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여성들의 교육기회 확대와 여성들의 의식 개선이 크게 변화되면서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감내해야 했던 여성들은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여성차별 등을 금지하는 법안들 상정을 주장하고 있다.

수단에 이어 알제리 역시 20년간 집권한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물러났지만, 정권 교체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에 이어 알제리 시민들은 임시 대통령인 압델카데르 벤살라 상원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벤살라 상원의장은 지난 9일 “90일 이내에 자유로운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전 정권 관계자들을 배제한 혁신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는 남성과 여성들이 연막탄을 쥐고 대항하고 있으며, 경찰은 시민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맞서고 있다.

수단, 알제리에서 불어 닥친 민주화 운동은 동시에 세르비아,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등 발칸반도 국가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구 유고슬라비아에서 분리 독립된 국가들로 세 국가 모두 정부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며 대통령 퇴진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세르비아,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등 발칸반도 국가들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가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며 부패한 집권세력의 강압적 통치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발칸의 봄'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야당 지도자들과 시민 수천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가 열렸으며 시위대는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판하면서 대통령 퇴진운동을 확대하고 있다.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 국회의사당 앞에서도 시민들이 2013년부터 집권 중인 에디 라마 총리의 퇴진과 조기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중도 우파 민주당이 이끄는 야당연합은 라마 총리의 사회당 정부가 부패하고 범죄조직과 연관돼 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시위대는 경찰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며 민주화바람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1980년대 말 소련 및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공산주의·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대한 경제적 대안 체제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입증됐다.

그 뒤 등장한 발칸반도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지만, 지속되고 있는 독재자의 부패정치, 빈부격차, 신자유주의에 대한 실망이 겹치면서 발칸반도 사람들은 새로운 개혁의 바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외신들은 아프리카의 민중의 봄과 달리, 발칸반도에서는 지도자들을 끌어내리지는 못했지만 시민들의 저항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수단 시위 사태와 관련 “우리는 수단과 아프리카 국민의 목소리가 퍼져나가길 희망한다”며 “정권 교체 시 외부 영향력이 아닌 그들 스스로에 의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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