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유교-가부장제가 2000년간 구축한 ‘열녀 서사’가 여자들의 다양한 삶을 어떻게 대상화하고 통제하려 했는지를 낱낱이 드러내는 책. 동아시아 여성 서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열녀전에 숨겨진 여성 억압적 이데올로기의 기원과 진화를 추적한다.

이 책은 중국 한나라 유향의 열녀전(列女傳)과 조선의 열녀전(烈女傳)에 사용된 모범적이고 순정적인 여자 만들기 전략들을 정교하게 추출해 보여 준다. 19세기 한문 야담, 20세기 구전설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실제 열녀의 한글 유서까지 망라하며 가부장제의 존속을 위해 기획된 서사가 미처 은폐하지 못한 여성의 욕망과 진짜 목소리를 발굴하고 여성이 자신의 입장에서 남긴 기록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젊은 여성들의 성적 자유를 비난하고 그들의 고통과 죽음을 유희거리로 삼는 이야기, 어머니의 모성애와 아내의 희생을 찬양하는 수많은 말과 글은 21세기에도 여러 매체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재생산되고 있다. 이 책은 남성 중심적 여성 서사들에 내재된 의도와 논리를 간파하게 해주는 도구가 될 것이다.

홍인숙 지음 / 서해문집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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