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5주기 르포] 세월호 잊혀지나… 진도 팽목항 추모식엔 색바랜 노란 리본만 가득
[세월호5주기 르포] 세월호 잊혀지나… 진도 팽목항 추모식엔 색바랜 노란 리본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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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진도=전대웅 기자] 진도 팽목항의 노란 리본 조형물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꽃바구니가 놓여있다. ⓒ천지일보 2019.4.16
[천지일보 진도=전대웅 기자] 진도 팽목항의 노란 리본 조형물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꽃바구니가 놓여있다. ⓒ천지일보 2019.4.16

“지금도 살려달라고 꿈에 나타나”

군, 팽목항 기록관 건립은 어려워

추모식장, 관계자와 기자가 더 多

[천지일보 진도=전대웅 기자] “세월호 참사가 5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남은 숙제는 산더미 같은데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요.”

세월호 사건이 있은 지 5년이 됐다. 진도 팽목항의 그 날은 우리에게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추모식 행사가 진행된 15일 팽목항은 한산하기만 했다. 행사장을 찾은 박석환(31, 남, 목포시)씨는 관계자와 기자들만 있는 행사장을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팽목항에는 지금도 노란 리본들이 방파제 곳곳에 걸려 있다.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며 마치 다짐이라도 하듯 바람에 나부끼지만, 본래의 색을 잃은 지 오래다.

[천지일보 진도=전대웅 기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조약돌에 적었던 글들이 5년이란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랜채 놓여 있다. ⓒ천지일보 2019.4.16
[천지일보 진도=전대웅 기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조약돌에 적었던 글들이 5년이란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랜채 놓여 있다. ⓒ천지일보 2019.4.16

미수습자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놔둔 신발과 조형물에도 5년이란 시간이 묻어있다.

색이 바랜 리본을 보며 박씨는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됐는데 우리는 두 번 다시 이런 사건이 없도록 이들을 기리고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란 리본 조형물 앞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최순선(40대, 남, 진도읍)씨는 “5년 전 아이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나갔지만, 많은 이들을 구하지 못해 가슴 아프다”며 “지금도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꿈에 나타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최씨는 “지금도 사람들이 추모하기 위해 찾아오긴 하지만, 점점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반성하기 위해서라도 이곳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팽목항에 기록관이 세워지기가 쉬워 보이진 않는다.

진도군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4.16 공원과 기립비, 표지선을 팽목항에 설립할 예정이지만, 기록관은 행적, 법적 부분이 걸려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전남도에서도 여객터미널 설계는 끝났지만, 아직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착공하지 않고 있다”며 “유가족과 협의 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조심스레 답했다.

군 안전건설과에 따르면 팽목항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서망항에 국민해양안전관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곳에 30평 규모의 추모 시설과 4.16 기록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금은 예전에 분향소로 사용하던 건물을 기억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임시 건물을 철거하면서 분향소를 기억관으로 바꿨다. 이곳엔 수학여행을 떠나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사진이 디지털 화면과 현수막으로 걸려 있고 한편에는 장난감과 인형이 놓여 있었다.

기억관 옆으로도 ‘잊지 않겠다, 진상을 밝혀주겠다’라고 적힌 노란 돌들이 있었지만, 세월의 흔적을 비껴갈 수 없다는 듯이 색이 바래 있었다. 세월호를 목포 신항으로 옮긴 후 추모객의 발길은 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기억관을 찾은 백경임(44, 여, 전남 목포시)씨는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항상 오는 4월이 될 때마다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고 한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진도=전대웅 기자] 세월호 5주기 추모 전야제가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가운데 너나들이 프로젝트팀이 ‘나비되어’라는 주제로 세월호에 있던 아이들과 매일 등 하나를 들고 아이를 기다리던 우재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6
[천지일보 진도=전대웅 기자] 세월호 5주기 추모 전야제가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가운데 너나들이 프로젝트팀이 ‘나비되어’라는 주제로 세월호에 있던 아이들과 매일 등 하나를 들고 아이를 기다리던 우재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6

세월호 5주기 전야제는 팽목항에서 너나드리 프로젝트팀의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너나드리팀은 ‘나비되어’라는 주제로 세월호에 있던 아이들과 매일 등 하나를 들고 아이를 기다리던 우재 아버지의 모습을 현대무용으로 나타내 추모객의 눈시울 붉히게 했다.

공연을 마친 이들은 노란 리본이 닳아진 것을 보고 “생각보다 찾아오는 사람이 적어 관심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들의 아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행사장인 기억관 옆 무대로 가니 텅 빈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추모객은 얼마 없고 행사 관계자와 취재 기자들만 많아 보여 안타깝다.

[천지일보 진도=전대웅 기자] 진도 팽목항에서 15일 열린 세월호 5주기 추모 전야제에 추모객이 얼마 없어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6
[천지일보 진도=전대웅 기자] 진도 팽목항에서 15일 열린 세월호 5주기 추모 전야제에 추모객이 얼마 없어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6

진도군 발전협의회에서 일하는 김성훈씨는 “잊혀져 가는 게 사실”이라며 “추모제가 이틀에 걸쳐서 하기 때문에 추모객이 적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가 우리 가족이 사고를 당하면 누군가는 진실을 밝혀주고 추모해 주지 않겠냐”며 “우리라도 잊지 않고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야제에 참석해 약전 낭독을 듣고 눈물을 훔친 김기석(가명, 50대, 진도읍)씨는 “팽목항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배로 태워와 가족이 만나고 아이들을 씻겨준 장소”라며 “우리는 5년 전 그때를 꼭 기억하고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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