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장애인 탈시설 운동 단체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김재환 상임활동가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옆 노숙 농성장에서 농성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5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장애인 탈시설 운동 단체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김재환 상임활동가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옆 노숙 농성장에서 농성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5

서울시 “탈시설, 연 60명 지원”

“완전한 탈시설까지 45년 걸려”

“최소 연 300명은 지원해야 해”

17일 서울시와 2차 면담 예정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지원한다면서 5년 동안 고작 300명이 말이 됩니까? 지금 시설에는 2600명이 넘게 있어요.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리라는 겁니까?!”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옆 농성장에서 만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김재환 상임활동가는 노숙농성의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늘에 세워진 천막 안은 따뜻한 외부 날씨와는 달리 한기가 맴돌았다. 하지만 김 상임활동가의 눈빛에선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결연한 의지가 보였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노숙농성에 돌입한 것은 지난 12일 부터다. 이들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탈시설화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2차 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화를 추진하면서 향후 5년 동안 연 60명(총 300명)의 탈시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서울시 산하 45개 장애인 거주시설에 2657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2300여명이 여전히 시설에 남게 된다며 “장애인들은 감옥 같은 거주시설에 방치하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장애인 탈시설 운동 단체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김재환 상임활동가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옆에서 노숙 농성장을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5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장애인 탈시설 운동 단체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김재환 상임활동가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옆에서 노숙 농성장을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

김 상임활동가는 “서울시의 계획대로 연 60명씩 탈시설하면 약 45년이 걸리는데 지금 시설에는 기본 10년 이상 되신 분들이 많다”며 “지금 시설에 계신 분들은 ‘사회와 완전히 분리돼 자신의 삶이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시설을 ‘감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연 300명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10년이 걸린다”면서 “탈시설을 위해 10년 이상 싸워오면서 조금씩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 지금 이 속도로는 너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 상임활동가는 서울시와 대화가 안 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서울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 우리들의 요구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면서 “이대로는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에 노숙농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탈시설만 갖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탈시설하는 장애인분들에게는 정착금을 비롯해서 거주할 주택과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한 데 이러한 부분까지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예산이 걸린 부분이라 쉽게 지원을 늘리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렇기에 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탈시설·시설폐쇄 등에 대한 조례가 없다. 이를 만들어 탈시설 정책을 지원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상임활동가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은 오는 17일 서울시 관계자와 2차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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