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연합뉴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북한의 입장을 조속히 확인해달라(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중)”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1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정연설 중)”

“남과 북이 마주 않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15일 문재인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 중)”

북미가 대화와 압박의 신호를 동신에 발신하면서 치열한 ‘밀당’을 계속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 추진을 공식화하고 나서면서 언급한 ‘구체적·실질적 논의’에 관심이 모인다.

이는 북미 정상이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협상을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통해 이끌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앞서 1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측의 입장을 알려달라고 부탁하자마자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연말로 시한을 못박으면서 ‘3차 북미회담’ 용의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답했다.

비핵화 해법을 놓고 뚜렷한 간극을 보이고 있지만 북미 모두가 ‘대화 용의’가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은 15일 남북대화를 마중물 삼아 다시 핵(核)중재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북한의 여건이 되는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지난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강조했다.

이는 북핵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딜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동시에 김 위원장이 연말까지 시한을 정하면서 어느정도의 의미 있는 중재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할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북한을 핵(核)대화에 불러내는 게 관건이다. 북한측에서도 수용할 만한 카드를 보여야 김 위원장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원칙에 입각한 영변 핵시설 폐기나 풍계리 핵실험장 검증 등 연속적인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빅 딜’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다양한 스몰 딜’을 언급하며 협상의 여지를 둔 만큼 다양한 ‘스몰 딜’ 후보를 통해 김 위원장을 설득하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예상과 달리 ‘대북 특사’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나 북한 측에 보일 제안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고 충분한 물밑 조율이 이뤄진 후에는 김 위원장을 상대할 대북 특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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