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천지일보 2019.4.15

어느 나라든지 전 세계적으로 그 나라를 홍보하기 위해 내세우는 건축물이나 유명한 상징물이 있기 마련이다. 프랑스 하면 에펠탑, 뉴욕하면 자유의 여신상, 이집트 하면 피라미드같이 어느 나라 하면 떠오르는 것을 보통 그 나라의 랜드마크(landmark)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는 무엇이 있을까? 남대문? 남산타워? 아니면 경주 불국사? 충분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훌륭한 문화유산이긴 하지만 왠지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랜드마크는 국가나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특이성(特異性) 있는 시설이나 건물을 말하며 동시에 물리적·가시적 특징의 시설공간뿐만 아니라 개념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추상적인 공간 등도 포함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되려면 찬란한 과거의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현재의 다이내믹한 대한민국을 표현하고 상징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서울시가 발표한 광화문광장의 재구조화 ‘새 광화문 광장’을 주목한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의 600년 역사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 광화문 광장을 새로 조성해 서울의 중심축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북악산에서 한강까지 잇는 역사경관축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시청, 숭례문, 서울역, 노들섬으로 이어지는 주작대로, 즉 육조거리를 복원해 600년 역사성을 되살리고 국가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조선시대 광화문에서 시작되는 이 길에는 지금의 각 정부 부처라고 할 수 있는 육조관아가 배치돼, 육조거리라고도 불렀다.

아울러 광화문광장을 새로 조성하면서 주변 도로와 상권을 거미줄같이 연결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북촌, 사직동, 정동, 청계천 등 그물망처럼 연결된 역사 도심 공간을 광화문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재편하고 새 광화문 광장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공간으로 바뀌는만큼, 현재 사무실 위주의 주변 환경을 상업지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은 100년 전 3.1운동에서부터 민주화 항쟁, 촛불집회까지 민주주의 역사의 주요 무대였다”며 “광장의 의미와 역사성을 되살리고 이 공간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되돌려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서울시의 ‘새로운 광화문 프로젝트’는 광화문 광장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도시공간을 대대적으로 혁신하여 광화문 광장을 한 단계 업 그레이드 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사람은 도시의 각 부분을 상호 관련시키면서 각자의 정신적인 이미지를 환경으로부터 만들어낸다. 즉 도시의 물리적인 현실로부터 사람이 추출해 낸 그림이 바로 도시의 이미지인 것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대변하고 대표하는 것이 바로 랜드마크가 된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광화문 광장은 또다시 수많은 노란 리본으로 추모 물결 가득하다. 세월호와 촛불을 거치며 이미 대한민국의 광장으로 자리매김한 광화문을 과거 역사와 미래 비전을 이어 제대로 된 한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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