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도르 도스토옙스키 作

“도스토옙스키는 육체와 영혼의 고귀함보다 불행과 악덕, 욕정과 범죄에 기독교적인 공감을 보인 작가이다.”                                                                                                   -토마스 만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는 동시대를 살아간 대문호이지만 둘의 성향은 극과 극이다. 톨스토이가 리얼리즘에 자연주의 성향을 내보여 직접적인 교훈을 준다면,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의 비극적인 심리를 보편화 시켜 도덕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잔인한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도스토옙스키. 그의 소설 대화체는 장황할 뿐더러 독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그의 문체가 잘 갈린 칼날처럼 날카롭기까지 한다. 특히 그의 소설들 대부분 찾아보기 힘든 간질 도박 빚 등의 무거운 짐을 메고 사는 인물이다.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에게 자신을 그대로 투영시켰다. 도박중독자였던 도스토옙스키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렸고, 그 돈으로 도박을 했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소설을 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형이 죽은 후 그 식솔을 거둬 먹여 살리기까지 해야 했다.

돈에 쫓겨 살아야 했기 때문에 그가 창조해낸 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둡다. 인간의 비극성을 고스란히 글로 옮긴 그를 톨스토이 카뮈 카프카 헤밍웨이 등 셀 수 없는 작가들이 추앙했다.

그의 대표작인 <죄와 벌>은 대학생이지만 학비가 없어 결국 학업을 중단해야만 하는 라스콜리니코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몸을 팔아야 하는 소냐 역시 하층민의 삶을 살고 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인간을 범인과 비범인으로 분류한다. 그가 생각하는 비범한 자는 혁명을 일으키고 남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 권력을 지녔으며 특별하고 영리하며 거침없다. 반면, 범인들은 비범인들의 명령에 복종하고 세상의 규범에 순응하며 산다. 이러한 논리에 주인공은 노파를 죽여도 정당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노파의 선량한 동생까지 죽이면서 밀려오는 죄책감에 자신은 비범인이 아닌 범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노파를 죽인 후 괴로워하는 과정을 두고 ‘죄와 벌’이라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섣부르다. 그렇다면 무엇이 ‘죄’이고 ‘벌’인가. 이 질문을 두고 많은 문학인과 학자들은 계속 씨름해 오고 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의 기준에 옳은 행동을 했으나 머리로는 정당화해도 또 다른 영혼과 양심적인 면에서는 옳지 않다고 느낀다. 소설 내내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로 괴로워하고 압박을 받으며 편집증 증세까지 보인다. 영혼이 괴로워하는 게 ‘벌’인 셈이다.

결국 그는 절대자에게 의지하면서 벌에서 벗어나 평온에 다다랐다. 소냐의 신념인 신앙, 절대적 기준에서 안위를 찾은 셈이다. 어쩌면 <죄와 벌>은 지극히 신앙적인 소설일 수 있다.

약 2주간의 벌어지는 일들을 800페이지에 서술한다. 사건 이외의 인물의 심리묘사가 섬세하게 다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독자 입장에서는 2주가 아닌 1년 이상의 일들을 읽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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