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쏘나타 주행모습.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3.21
신형 쏘나타 주행모습.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3.21

디지털 키 등 다양한 첨단기술 탑재

택시 이미지 벗고 고유 정체성 확립

ADAS ‘훌륭’… 가속 성능은 아쉬워

8일부터 판매개시… 목표달성 미지수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이름만 빼고 다 바꾼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5년 만의 풀체인지(완전변경)한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행사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언팩을 연상시키듯 무대 중앙을 4면의 박스 형태로 구성했다.

앞서 지난 1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시무식에서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 중 하나가 아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전통 제조업을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를 뜻한다. 올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를 쏘나타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출시행사가 열린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남양주 동화컬처빌리지를 왕복하는 150㎞ 구간을 가솔린 2.0 모델을 타고 시승해봤다.

신형 쏘나타 우측면. ⓒ천지일보 2019.3.21
신형 쏘나타 우측면. ⓒ천지일보 2019.3.21

◆첨단 신기술 탑재한 ‘스마트 디바이스’

신형 쏘나타는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삼성의 갤럭시,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로 변신했다. 쏘나타에는 ▲현대 디지털 키 ▲개인화프로필 ▲빌트인 캠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등 다양한 첨단 신기술이 현대차 최초로 탑재됐다.

현대 디지털 키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통해 키(스마트키)가 없어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통해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운전자 포함 4명)의 스마트폰으로 이 기능을 공유할 수 있어 키가 없는 상황에 손쉽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개인화프로필은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화면 내 사용자 선택을 통해 차량 설정이 자동으로 개인에게 맞춰지는 기능이다. 디지털 키로 문을 여는 순간 차가 미리 등록된 사용자를 인식해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

현대 디지털 키.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3.17
현대 디지털 키.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3.17

빌트인 캠은 차량 내장에 장착된 전·후방 카메라 영상을 녹화하는 ‘주행영상기록장치(DVRS)’다. 룸미러 뒤쪽에 빌트인 타입으로 설치돼 운전자 시야를 가리지 않고 AVN 화면 및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때문에 이 옵션을 선택하면 블랙박스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도 유용했다. 이는 차량 커넥티비티와 카카오 i가 결합한 신기술로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면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 캐릭터가 등장해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 알려줘”라고 말하면 현재 날씨와 미세먼지 농도 등을 설명해 준다.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음성인식 카테고리는 ▲뉴스 브리핑 ▲날씨 ▲스포츠 경기 ▲실시간 검색어 순위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다만 마이크가 스티어링 휠 부분에 위치해 있어 조수석의 음성은 잘 인식하지 못했다.

출시 행사 때도 기존 아나운서의 진행 대신 인공지능(AI) 비서가 사회를 보며 현대 디지털 키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를 시연하기도 했다.

신형 쏘나타 측면. ⓒ천지일보 2019.3.21
신형 쏘나타 측면. ⓒ천지일보 2019.3.21

◆‘택시’ 이미지 벗고 새롭게 도약

1985년 첫선을 보인 쏘나타는 30년 넘게 ‘국민차’로 불리는 만큼 신형 쏘나타는 출시 전부터 세간의 화제였다.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때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실물은 달랐다.

신형 쏘나타에 ‘센슈어스 스포트니스(Sensuous Sportiness)’를 세단 최초로 적용해 스포티한 중형 세단 이미지를 선보였다. 센슈어스 스포트니스는 현대차가 지난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콘셉트카 ‘르 필 루즈’를 통해 공개한 차세대 현대차 디자인 철학으로 ▲비율 ▲구조 ▲스타일링(선, 면, 색상, 재질) ▲기술 등 4가지 요소의 조화를 디자인 근간으로 한다.

신형 쏘나타 실내모습. ⓒ천지일보 2019.3.21
신형 쏘나타 실내모습. ⓒ천지일보 2019.3.21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전무)은 쏘나타를 현대차의 레거시(유산)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전무는 “쏘나타가 더 이상 ‘국민차’나 ‘아빠차’가 아니어도 괜찮다”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도로를 누비는 한 대의 쿠페 스타일의 세단이고 싶다는 게 새로운 쏘나타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쏘나타는 택시라는 인식을 깨고자 하는 모습이다.

신형 쏘나타의 전장은 4900㎜, 전고는 1445㎜다. 기존 7세대 모델보다 전장은 45㎜ 늘어난 반면 전고는 30㎜ 낮아져 스포츠카와 흡사한 길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휠베이스도 기존 모델보다 35㎜ 확대된 2845㎜로 설계돼 넉넉한 실내공간까지 확보했다.

신형 쏘나타 후면. ⓒ천지일보 2019.3.21
신형 쏘나타 후면. ⓒ천지일보 2019.3.21

외관은 전면부의 변신이 두드러졌다. 구(球)를 형상화해 볼륨감을 높였고 예리한 3개의 라인이 들어가 입체감을 강화했다. 특히 주관주행등이 비점등시에는 크롬 재질로 보이지만 불을 켜면 램프로 바뀌는 ‘히든라이팅 램프’가 적용돼 날렵한 인상을 준다.

측면부는 기존 모델과 달리 굵직한 선이 두 군데 들어가 더 날렵해 보였고 후면부는 얇은 가로형의 리어콤비램프와 범퍼 하단의 가로형 크롬 라인, 리어콤비램프와 비례를 맞추는 보조제동 등을 통해 안정감을 줬다.

실내 디자인 역시 새로워졌다. 스텔스기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는 설명처럼 고급스러운 가죽과 조화를 이뤄 세련돼 보였다. 전통적인 기어 레버를 버튼 식으로 변경했고 대시보드 안에 숨어 있던 모니터는 10.25인치로 커지면서 클러스터 높이에 위치해 있어 운전 중 보기 편안했다. 공조버튼도 디스플레이를 통해 선택하는 것이 아닌 버튼 식으로 돼 있어 조정이 쉬웠다.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전자식 변속버튼(왼쪽), 12.3인치 클러스터(오른쪽 위), 10.25인치 내비게이션(오른쪽 가운데), 스티어링 휠. ⓒ천지일보 2019.3.21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전자식 변속버튼(왼쪽), 12.3인치 클러스터(오른쪽 위), 10.25인치 내비게이션(오른쪽 가운데), 스티어링 휠. ⓒ천지일보 2019.3.21

◆ADAS ‘만족’… 판매 목표치 달성하나

가솔린 2.0 모델은 스마트스트림 G2.0 CVVL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으며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0.0㎏·m의 성능을 발휘한다. 쏘나타 뉴 라이즈와 비교하면 최대토크는 같지만 최고출력이 5마력 줄었다. 이는 스마트스트림 엔진을 적용해 출력보다 연비를 향상했기 때문이다.

승차감과 주행안정성은 좋다. 고속 구간과 코너 구간에서 흔들림 없는 주행을 선보였다. 다만 달리는 맛은 상당히 떨어졌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았지만 속도를 높이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며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사용해 봤다. 차로 유지 보조(LFA)를 활성화하고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기능을 작동했다. 시속 100㎞를 맞추고 차간 거리를 4단계를 설정하고 스티어링 휠에서 손과 발을 뗐다.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차량이 자체적으로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잘 달렸다. 3차례 시험을 했을 때 스티어링 휠 자동조향 유지 시간은 평균 1분 30초였다. 커브 구간에서도 대체로 차선을 잘 인식했고 직선 구간에서는 더 오랫동안 운전대를 놓고도 차량 스스로가 잘 달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5년 만의 풀체인지(완전변경)한 ‘신형 쏘나타’를 출시한 가운데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 이광국 부사장(왼쪽),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가운데), 총괄PM담당 최진우 전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3.21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5년 만의 풀체인지(완전변경)한 ‘신형 쏘나타’를 출시한 가운데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 이광국 부사장(왼쪽),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가운데), 총괄PM담당 최진우 전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3.21

이날 시승에 참여한 많은 운전자는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크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일각에서는 엔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현대차는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고객 출고를 미루고 정밀 점검까지 진행했다.

현대차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형 쏘나타의 완벽한 품질을 위해 출고 개시 전 정밀 점검했고 최종 점검을 완료했다”고 말하며 지난 8일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출시 행사 때 이광국 현대차 부사장은 “쏘나타가 과거에는 실용적이면서 약간 보수적인 패밀리 세단의 이미지였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로의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신형 쏘나타를 올해 국내 시장에서 7만대 이상 판매해 중형 세단 시장 1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신형 쏘나타의 영업용 택시는 출시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가 있는 가운데 신형 쏘나타로만 판매 목표를 달성할 지는 미지수다.

신형 쏘나타 주행모습.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3.21
신형 쏘나타 주행모습.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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