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정은의 통치 2기를 계기로 북한의 통치기관이 크게 개편됐다. 90 고령의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80대의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이 퇴진하고 최용해, 박태성 등이 그 자리를 메꾸면서 무려 연령이 20년 정도 젊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먼저 노동당 전원회의를 10일 소집해 노동당을 이끄는 핵심 지도부인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의 절반을 교체했다. 또 북·미 협상의 실무를 맡았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북한의 공연 사령관으로 떠오른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당 조직의 최고지도기관인 중앙위 위원에 선출하는 등 노동당 인사를 단행했다. 북한 매체들은 전날인 4월 10일 열린 노동당 7기 4차 전원회의 결과를 11일 전격 보도했다. 

북한은 3월 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10일 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진행했다. 김정은 집권 후 이처럼 정치국 확대회의,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가 연달아 진행된 것은 2013년 3월 이후 두 번째이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자력갱생 문제와 국가지도기관 구성안, 조직문제 등을 논의하고 결정했다. 이날 단행된 인사에서 북한은 당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국 위원에 김재룡(자강도당 위원장), 이만건(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최휘(부위원장) 등을 올리는 등 정치국 위원 13명 가운데 7명을 교체했다. 또 정치국에서 의결권은 없지만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후보위원에 김 위원장을 그림자 수행하고 있는 조용원(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을 새로 올렸다. 후보위원 12명 가운데 6명이 바뀌었다. 

상임위원 4명을 제외한 25명의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중 13명이 새 얼굴인 셈이다. 북한이 보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새로 등장한 인물에 상당하는 기존 간부들이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해임된 인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앞서 9일 열렸던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주먹을 불끈 쥐거나, 얼굴을 붉히며 간부들을 질책하며 물갈이를 예고했다. 북한 매체들은 당시 김 위원장이 당의부서들과 내각의 사업실태를 분석하면서 정치국 성원들과 정부, 지방당 일군(일꾼, 간부)들의 사업과 생활에서 나타난 우결함들을 지적했다며 오늘의 긴장된 정세에 대처해 간부들이 혁명과 건설에 대한 주인다운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간부들의 업무실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치국원 물갈이와 함께 내각에서 경제를 담당했던 인사들을 대거 당으로 옮기는 조치도 취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전원회의에서 기존 경제와 핵 병진 노선에서 핵을 제외한 경제 중시 전략을 새로운 노선으로 채택했는데, 이번에 경제사령관인 박봉주 내각 총리를 당 부위원장에, 김덕훈·이용남 등 내각 부총리를 정치국 후보위원에 앉혔다. 이는 내각에 있던 경제관료를 당에 충원하고, 내각에도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조치이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에 대응해 자력갱생을 통한 버티기 전략일 수 있다. 박정남(강원)·이히용(함북) 도당위원장을 정치국 후보위원에 진입시키고, 이길춘(남포)·이형근(자강)·이성국(양강) 등 도 인민위원장(지자체장)을 중앙위 후보위원에 보선한 것도 지방 자체적으로 자력갱생을 추진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11일 소집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에서 북한의 권력 2인자로 꼽혔던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새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선출했다. 북한은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재추대하고 내각 총리에는 김재룡 전 자강도당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의장(국회 의장격)에 박태성을 앉히는 등 국무위원장을 제외한 국가수반과 행정부, 입법부 수장을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인사를 했다. 일각에서는 최용해의 상임위원장 임명을 ‘2인자’로 평가하지만 이는 오해다. 그는 당을 떠나 이제 정권기관에 머물러야 하는 ‘한가한 간부’로 전락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1인 천하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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