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가 이상한 기류를 타고 있다. 대화의 당사자들이 칼날이 아닌 칼자루를 잡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써 상대방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협력 강화와 함께 일단 꼬여버린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정상화 노력의 일환으로 1박 3일간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하지만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과제와 지속적으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터는 방안 마련 등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던 지난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난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대미 입장을 공개한바 있다. 내용인즉슨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는 점과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을 밝히면서 올해 말까지 미국의 조치를 기다리겠다는 시한부 통보인 것이다.

김 위원장의 남측을 향한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문 대통령의 북·미간 중재자 역할을 “오지랖 넓다”고 표현하면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치권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김 위원장의 주장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자 우리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 평가한 가운데, 여당과 야3당은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대화 의지 표현이라며 “대화 불씨 살려야”한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은 당사자국이다. 물론 핵 폐기 등에 관해 북미 간 정상 대화가 이어져 왔지만 한반도의 안전과 국가이익을 배제한 채로 북미 간 대화에 의존할 일은 아니다. 그러니 한국정부가 미묘한 북미관계를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입장을 관철시켜야 하는바 그 기본은 한미 간 긴밀한 유대·협력과 남북 간 지속적인 공동 이익의 확보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연말까지 북미정상회담을 기다리겠다고 말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계는 훌륭하고 3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화답한 바, 이는 3차 북미정상회담 문이 열려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를 우리 측에 유리하게 가져오도록 하는 당사자국 입장에서 비핵화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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