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제33·34대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대한불교조계종 제33·34대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DB

기금 절반인 5억 7000여만원
친동생과 연관됐단 정황 제기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재임시절 생수판매 수수료를 특정인에게 지급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그 기금의 절반 가까이나 되는 5억 7000여만원의 돈이 자승스님의 ‘친동생’ 이호식 전 대한체육회 선수촌 부촌장과 관련된 곳으로 흘러갔다는 정황이 제기돼 불교 시민단체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해당 논란은 자승스님 재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승스님은 승려노후복지 기금으로 쓰겠다며, 2011년 10월 국내 생수업체인 ㈜진로하이트음료와 상표 사용권 부여 계약을 체결했다. ‘감로수’라는 상표명으로 생산된 생수는 전국의 사찰과 불자들에게 유통됐다.

그러나 진로하이트음료가 작년 5월경 작성한 내부 문건을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산하 조계종 지부(조계종 노조)가 공익제보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계약을 체결한 이후 종단과는 무관한 제3자에게 로열티가 별도로 지급됐다고 조계종 노조는 주장했다. 다만 내부 문건에는 제3자가 ‘정로열티’라고 돼 있어 사실 확인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JTBC가 취재한 결과, ‘감로수’ 판매 수익금 일부가 흘러들어갔다는 주식회사 정에 자승스님의 친동생이 이사를 지낸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 조계종 노조는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승스님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검찰 고발과 별도로 종헌종법에 따라 본 사안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의법 조치하고, 손실금원의 환수를 진행할 것을 요청한다며 자승스님에게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힐 것과 종도에게 참회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조계종 총무원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정면 반박했다. 총무부장 금곡스님은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전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다”며 노조가 제3자에 지급된 로열티라고 주장한 금액은 생수업체가 광고업체에 지급한 수수료며, 이는 종단과는 전혀 무관한 별개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총무원은 “조계종 지부가 내부 사정 기관 등을 통해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음에도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고발한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한다”며 문제를 제기한 조계종 노조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총무원은 조계종 노조 집행부 4명에게 낙산사 대기발령을 결정하고, 11일 이를 해당 노조원들에게 통보했다. 또 종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들을 통해 조계종 노조 단체를 향한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종교계에 노동조합이라는 것이 생소한 일이긴 하지만, ‘종교계에 노동조합은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며 내부 게시판에 노조원들과 종부원의 접촉을 금지하는 공지까지 띄운 것이다.

이에 조계종 노조는 12일 오전 성명을 통해 종단의 징계 절차 철회를 촉구했다. 또 조계종 수익사업 조직인 ‘도반HC’에 대한 조사와 개선방안 마련에 조속히 착수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조계종 노조 등은 “대기발령은 통상 조사, 당사자 소명 등의 징계절차를 위한 일시적인 조치”라며 “그런데 대기장소인 사무처장실에 가둬놓듯이 바로 문 앞에서 호법부 스님이 하루 종일 감시하고, 교계언론 기자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종단을 기만하고 금전적 손해를 끼친 자승스님에 대한 법적 대응이 어떻게 ‘종단의 명예와 위신을 심대하게 실추시킨 혐의’가 되냐”며 징계절차 즉시 중단을 요구했다.

한편, 조계종 노조가 자승스님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은정불교문화진흥원 관할 지역의 서초경찰서로 배당해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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