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곽명식 천안제일요양원장이 시의 2개월 영업정지 조치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3
9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곽명식 천안제일요양원장이 성명서를 발표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3

천안제일요양원 “어르신·보호자 모두 퇴소 원치 않아”
천안시 “사정 딱하지만 대법원 판결 따라야”
업계 한목소리로 “개정법령 적용해야”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천안제일요양원(원장 곽명식)에 대해 천안시가 강제퇴소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부당한 처벌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회장 권태엽)와 충남노인복지협회(회장 김원천) 등은 천안제일요양원에 대한 2개월 영업 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며 재심의 해야 한다고 일제히 이의를 제기했다. 문제의 동영상 장면만을 보고 학대로 판단하고 잘 지내고 있는 어르신까지 강제 퇴소시켜야 하는 것은 과도한 처분이라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천안제일요양원은 2016년 2월 21일 오후 8시 20분경 신경정신용제를 복용 중인 폭력성의 어르신을 요양보호사들이 제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한 요양보호사가 신체적 학대를 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노인보호전문기관과 천안시는 동영상 장면을 보고 신체적 학대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그해 8월 18일 어르신의 기저귀 교체시 가림막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까지 포함해 천안시는 영업정지 2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천안시는 행정심판위원회를 열어 처음에는 6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요양원이 동종의 처분 전력이 없는 점, 노인학대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점, 반성하고 다수의 탄원서가 제출된 점,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정지 2개월로 감경했다.

천안제일요양원은 천안시를 상대로 법원에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올해 올해 1월 21일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기각됐다. 이에 천안시는 판결 확정에 따라 이달 1일부터 2개월 영업정지 처분 집행할 것을 요양원에 통보했고, 요양원은 입소자 조치 문제로 1개월을 연기 요청했다. 오는 5월 1일이면 업무정지가 되는 것이다.

요양원 측은 “불만을 가진 퇴사자가 어르신을 학대했다고 신고했는데, 동영상으로만 본다면 오인하기 쉬운 장면이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로 지목된 어르신의 보호자는 이를 학대행위로 보지 않아 행정심판위원회에 탄원서를 냈고, 해당 어르신은 그 사건 이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잘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된 요양보호사는 당시 학대유무를 떠나 퇴사한 상태다”고 반박했다.

또 어르신의 기저귀 교체 시 가림막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처분 내용에 대해서도 “외부인을 위해 방안에서 문을 향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실수로 어르신과 어르신 사이를 치지 않았다는 사유를 들어 성적 학대로 판단했는데, 동성의 어르신들이 수치심을 느꼈는지 확인해 봤는지 묻고 싶다”고 해명했다.

이같이 학대로 판단된 사건 이후에도 해당 어르신은 현재까지 요양원에서 잘 생활하고 있다는 것과 당시 해당 요양보호사는 퇴사하고 없음에도 천안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 사항을 들어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법령에는 ‘수급자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수급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폭행·성희롱 등의 행위에 대해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장기요양기관에 대해 그 지정을 취소하거나 6개월의 범위에서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이 법이 2018년 12월 개정돼 장기요양기관의 장이 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이 추가됐다.

그러나 천안시에 따르면 충남행정심판위원회는 이 개정법령 적용여부를 보건복지부에 질의한 결과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해 6개월에서 2개월로만 감경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충남행정심판위원회에서 개정법령을 소급 적용한다 할지라도 노인학대 방지를 위한 주의와 감독을 상당히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해 2개월 감경으로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제주 서귀포시 요양원의 경우는 처분 전에 법령이 개정된 덕분에 개정된 법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천안제일요양원의 경우는 처분을 받은 후 개정됐기 때문에 이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천안제일요양원에서 잘 지내고 있는 어르신들이 강제퇴소 위기에 몰린 것. 업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피해 당사자인 어르신도 잘 지내고 있고 보호자도 계속 여기서 지내길 원하고 있다. 만약 동영상처럼 문제가 있었다면 계속 남아 있으려 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현재 생활하는 어르신과 보호자들은 요양원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당하고 바르게 모시지 않았다면 앞다퉈 다른 시설로 떠나갔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즉 요양사의 당시 잘못이 범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 인간적 실수였으며, 사회통념상 양해가능한 수준임을 방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어 “한 치라도 잘못이 있다고 판단한 종사자는 모두 퇴사했고, 시설은 어르신을 모시는 데 성심과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등 정상 운영되고 있다. 어르신과 보호자, 요양사까지 모두가 퇴소를 원치 않는다. 부당한 처벌을 즉각 재심의 할 것”을 요청했다.

9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성명서 발표 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3
9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성명서 발표 후 박현주 장수노인요양원(홍성) 원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3

한편 지난 9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는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정현철 수석부회장과 충남노인복지협회 김원천 회장, 곽명식 천안제일요양원장을 비롯해 관계자 20여명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재심의할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어르신께서 원치 않는 강제 퇴소는 인권 유린이나 다름없다”며 “어르신을 내모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즉각 시정할 것”을 밝혔다. 이들은 “천안제일요양원에 대한 부당한 영업정지 처분은 재심의 돼야 마땅하며, 잘못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천안시의 과도한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배한 위법·부당한 처벌이다”고 토로했다.

또 “고용된 의료인이 잘못을 했다고 모든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퇴원시키지 않으며, 한 교사의 실수나 잘못이 있다고 해 전교생을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내거나 영업정지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 비쳐 부당한 처분임을 설명했다.

또한 “기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에 제1항 제6호의 내용에 대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행정처분 근거법령이 개정 시행되고 있는데, 천안시가 과거 시행령만 고수하는 것은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며, 과잉처벌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요양원을 이용 중인 어르신들과 보호자들은 천안시의 2개월 업무 정지로 인한 강제 퇴소 조치가 행복권을 침해하는 인권유린의 과도한 처벌이라고 하나같이 주장하고 있다”며 “만약 강제집행으로 인해 어르신들의 치매 등의 건강상태가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불행한 일이 생긴다면 모든 책임은 천안시에 있음을 명백히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행정이 국민의 행복권을 억압할 수 없고, 어르신의 선택권을 제압할 수 없으며 비례원칙을 위반할 수 없다”며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해 재심의를 즉각 추진할 것”을 천안시에 요청했다.

복지사와 보호자 등이 참석해 천안제일요양원에 대한 천안시의 2개월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반대하며 재심의를 호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3
복지사와 보호자 등이 참석해 천안제일요양원에 대한 천안시의 2개월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반대하며 재심의를 호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3

곽명식 천안제일요양원장은 “치매 어르신을 모시다보면 돌발 변수가 많다. 폭력성 증상을 보이자 이를 제지하는 상황에서 정신이 없던 터라 요양사가 의도치 않은 실수를 했다. 이를 동영상의 한순간만을 보고 학대로 판단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천안제일요양원에서 편안히 잘 있는 중증어르신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요양원을 떠나 다른 곳으로 나가야 된다는 말인가”라며 “자녀들도 못 오는 어르신들을 정성으로 돌보고 있는 직원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퇴사당해야 되는 것인가”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곽 원장은 “법은 형평과 균형에서 억울한 자가 없도록 하는 것이어야 하며, 현장의 고충을 이해하고 현장 속에서 제도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러한 작금의 현실에 안타깝다”며 “대한민국 전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의 수고가 이러한 사건으로 퇴색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박양미 복지사는 “동영상에서 학대를 당했다고 보고 있는 어르신도 그간 인지프로그램 등에 다 참여하고 있으며, 절대 다른 어르신과 차별시키지 않았다. 어르신과의 관계도 우리는 상당히 좋다. 왜 이러한 관계를 말살시키려고 하는지, 우리의 미래를 제발 짓밟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정택근 늘푸른마을(아산) 노인요양원장은 “노인복지법은 이미 진작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법(노장법) 제37조에 해당되는 개정법령을 시행하고 있다.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에 의거해 설립하는 데도 오히려 처벌규정은 노인복지법이 아닌 노장법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요양원은 사실상 노인복지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자체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며, 굳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치대로 행정처분을 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요양원 사정은 딱하고 안타깝지만 대법원의 판결난 사항을 우리 시가 임의로 번복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상부 기관이나 입법기관에 가서 요청해 달라”고 말했다.

9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성명서 발표 후 박양미 복지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3
9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성명서 발표 후 박양미 복지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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