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후 검찰로 송치되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12일 오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차로 이송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후 검찰로 송치되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12일 오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차로 이송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30대 전후의 젊은 재벌3세들

큰 기대감으로 스트레스 과중

‘이재용·정의선’ 책임감 막중

부정적 상황 앞 성격의 문제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최근 마약을 투약한 재벌 3세들이 잇따라 적발되며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여기에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화나 씨 등이 마약에 손을 댔다.

코카인, 아편, 필로폰, 대마초 등을 아우르는 마약류는 강한 환각성과 중독성을 갖는다. 방치하면 국가와 사회 전체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

특히 황하나 씨가 투약한 필로폰은 마약류 가운데 가장 폐해가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검찰에 송치된 황씨는 조사 과정에서 올해 2~3월 “평소 알고 지내던 연예인 박유천과 함께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박유천은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마약류인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여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세간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처럼 재벌3세가 마약에 손을 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마약에 손을 댄 재벌3세들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같이 개인적 일탈이 없는 재벌3세들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임주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약이 사람의 쾌락이나 기분을 좋게 하는 양의 작용이 있기 때문에 주로 재벌3세들이나 연예인들이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접하게 된다”며 “이번에 적발된 재벌3세들은 30대 전후로 아직 젊은 나이인 데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 보니 손쉽게 마약을 구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나 정의선 부회장 같은 40~50대 재벌3세들은 나이가 들면서 철이 든다든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지면서 마약이나 술에 대해 절제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벌3세들이나 연예인들이 마약을 하는 이유로는 ‘성격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재벌3세들 간에도 마약을 손대고 안 대는 것의 차이는 좌절을 하거나 부정적인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문제를 극복하고 혁신하려는 성향인지, 회피해서 잊으려고 하는 성향의 차이”라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마약 사범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다양하며, 그 사례로 최근 방송인 로버트 할리(60)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것을 꼽았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마약 범죄는 처벌보다 치료적인 접근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마약 범죄자들을 교도소에 가두는 것 자체가 세금 낭비일 수 있다고 보고 약물 법원이 따로 있다”고 전했다.

재벌3세에 대한 여러 가지 기대와 시선이 일탈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재벌3세에 대한 사회적인 기대 수준이 있다 보니 일반인들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과중한 스트레스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니깐 손쉬운 방법으로 현실을 회피하고자 마약을 손을 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 교수는 “각자 개성의 문제이지 재벌에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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