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왔다.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 조항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것이다. 뜨거운 감자였던 낙태죄 논란이 이로써 일단락됐다.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다. 이미 국제사회도 낙태죄 폐지를 권유했다. 그간 낙태죄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폐지론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임신이 여성 혼자의 결과가 아닌 만큼 아이를 책임지지 못하는 사회구조에서 무조건적인 낙태죄 적용은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성폭행 당한 여성이 스스로 성폭행을 입증해야 하는 과정에서 낙태시기를 놓치거나, 불법 시술소에서 낙태를 감행하면서 여성들이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당한다는 보고도 잇따랐다.

낙태죄는 1953년 제정된 이래 존속해왔다. 낙태죄 폐지는 여성이 자신의 임신을 지속할지 결정할 권리를 비롯해 그 과정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 건강권과 생명권을 확보할 수단을 접할 권리, 국가와 사회의 통제를 상대로 한 몸에 대한 주권 등을 포괄한다. 낙태죄의 불합리성에 대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커진 것은 일명 워마드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여성폄훼에 여성들이 저항하면서부터다. 최근 낙태죄 판결을 두곤 매주말 여성들은 강경한 목소리로 낙태죄 위헌을 주장하면 시위를 벌여왔다. 사회적 인식도 바뀌었다. 무엇보다 원치 않는 임신의 결과에 대해 사회적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감성에만 호소하는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약화됐다.

낙태가 합법화 되면서 혹여 낙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 또다른 사회문제를 촉발하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처럼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적극 이뤄지는 분위기가 된다면 적어도 아이를 양육할 돈이 없어 태아를 지우는 결과는 초래하지 않을 것이다. 낙태죄 위헌과 더불어 어떤 경우라도 태어난 아이를 책임지는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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