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백범 김구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국내에서 청사 및 숙소로 사용했던 서울 종로구 ‘경교장(京橋莊)’이 강북삼성병원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다. 온전한 복원은커녕 건물 옆으로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는 등 불법건축물로 인해 경관이 극심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0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백범 김구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국내에서 청사 및 숙소로 사용했던 서울 종로구 ‘경교장(京橋莊)’이 강북삼성병원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다. 온전한 복원은커녕 건물 옆으로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는 등 불법건축물로 인해 경관이 극심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0

“건물 주변에 구름다리 설치돼 경관 극심한 훼손”

5천여㎡ 달했던 전체 면적 중 3백여㎡ 건물만 남아

온전한 복원은 고사하고 한 때 철거 위기 놓이기도

박원순 서울시장 “한 시대에 모든 일 끝낼 수 없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곳곳에서 기념식이 열리는 가운데 정작 백범 김구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국내에서 청사 및 숙소로 사용했던 ‘경교장(京橋莊)’은 온전한 복원은커녕 건물 주변에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는 등 불법건축물로 인해 경관이 극심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상 마지막 임시정부청사였고, 김구 선생이 대한민국 육군 소위이자 주한미군 방첩대(CIC) 요원이었던 안두희의 총탄에 맞아 서거한 비극적인 장소이기도 한데 이러한 경교장의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복원조차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인수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대표이자 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원회 상임대표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인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런데도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임시정부로 사용되던 경교장을 제대로 복원하지 못한 이런 상황에서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았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0년이 되면 경교장 근처에 신축 건물이 또 들어선다. (경교장은) 인체로 따지면 반신불수로 남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대로 둔다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역사 앞에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게 되고, 후손들은 엄중히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교장은 원래 건축 당시 전체 면적이 5267.44㎡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강북삼성병원 건물과 주차장에 둘러싸여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건축면적 396.59㎡, 연면적 945.45㎡(지하1층, 지상2층)에 불과한 실정이다.

경교장 남쪽의 정문(주출입문)과 동쪽의 부출입문도 모두 사라졌으며 넓은 정원과 한옥, 경교장 동쪽의 연못·다리·차고 등 부대시설도 하나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심지어 현재 경교장 바로 옆으로는 건물과 건물을 잇는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어 경관이 극심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백범 김구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국내에서 청사 및 숙소로 사용했던 ‘경교장(京橋莊)’의 본래 모습이 모형으로 제작돼 서울 종로구 경교장 1층에 전시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0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백범 김구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국내에서 청사 및 숙소로 사용했던 ‘경교장(京橋莊)’의 본래 모습이 모형으로 제작돼 서울 종로구 경교장 1층에 전시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0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뻔한 경교장

경교장이 이같이 강북삼성병원 건물과 맞붙어 위치한 이유는 한때 이 병원의 본관으로 사용됐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경교장은 1938년 일제강점기 광산업으로 부를 축적한 최창학에 의해 건립됐으나 1945년 해방 후, 환국한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 요인이 활동하는 청사이자 숙소로 사용됐다.

하지만 1949년 김구 선생이 경교장에서 서거한 이후 최창학에게 반환됐고, 그 뒤로 중화민국대사관 사택, 월남대사관 등으로 사용됐다. 그러다가 1967년 삼성재단에서 매입해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본관으로 사용됐다.

경교장은 사진으로만 남고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위기도 겪었다. 1996년 강북삼성병원은 경교장을 헐고 17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려 했다.

이에 김인수 대표는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을 조직하고, 삼성의 경교장 철거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해 철거 반대 및 경교장 문화재 지정을 위한 서명운동, 국회청원, 대통령 탄원서 제출 등 갖은 노력을 다했다.

결국 철거를 막아냈고, 그는 2001년 4월 6일 경교장이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9호로 지정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하게 된다. 이후 김 대표는 경교장의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경교장은 2005년에 사적 제465호로 승격됐다.

이후 2010년 6월 26일 경교장 내부에 있던 병원 시설물이 42년 만에 모두 철수되면서 내부 복원작업이 이뤄졌다. 경교장 건물의 소유권은 지금도 삼성에서 갖고 있으나 관리는 현재 서울시 산하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하고 있다.

애도의 물결에 둘러싸인 경교장 (사진제공: 서울시)
백범 김구 선생 서거 후 애도의 물결에 둘러싸인 경교장. (사진제공: 서울시)

◆“경교장 복원은?” 질문에 서울시장 “아주 장기적 계획”

경교장 내부의 복원은 이뤄졌으나 외부는 아직도 구체적인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가 6년 전 ‘[단독] 경교장 반쪽복원… 서울시, 삼성 260억 특혜 준 꼴②’이라는 제하의 보도를 통해 ‘반쪽짜리 복원’에 대해 지적했던 당시와 달라진 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교장 복원과 관련해 “아주 장기적 계획”이라는 불명확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1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효창공원 독립운동 기념공간 조성사업 구상안’ 발표회에서 경교장 복원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 개선할 부분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경교장 주변의 강북삼성병원도 (과거 경교장의) 일부 부지이기 때문에 ‘아주 장기적’으로는 (병원을) 매입하거나 이전하는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시대에 모든 일이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하겠다), 그렇지만 독립에 빛나는 역사를 보존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의지는 충만하다”고 밝혔다.

그러한 의지와 관련해 그는 “서울시는 (경교장 내부를 포함해) 근현대 유적을 복원하는 일을 쉼 없이 해왔다”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서울시가 230억원의 비용을 들여 서대문 형무소 옆에 서대문구의회를 매입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2021년 8월 완공 예정, 소요예산 473억원)’을 지을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서울 용산구 백법김구기념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효창공원 독립운동 기념공간 조성사업 발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효창공원 독립운동 기념공간 조성사업 발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0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