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시장에서 

 

▲ 안현숙
붐비는 그곳에 늘 그랬듯이
부대끼던 일상을 내려놓고
오늘은
꽃게 발톱 사이로 삐져나온
노오란 웃음 한 움큼 줍는다
 
횟감 펄떡이는 장터를 누비며
유혹에 감긴 군침은
광어 놀래미 우럭이 담긴
함지박으로 빠지더니
기어이 아낙의 손에 잡혀
도마 위에 누인다
 
발버둥 쳐봐도 무기력한 호흡
빛날 것 없을 나의 날들은
차마 준비하지 못한 작별에 오호! 
오소소 갈매기 틈으로 스러지고 
  
 
망연히 뛰쳐나와 뒤돌아 보니
생선들 틈에 앉은
무서리 같은 내 그림자가
움켜 쥔 웃음을 반죽해
구멍 난 주머니를 메우고 있었다

 

 

 

안현숙 시인 약력

서정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
동서커피문학상 수필부문 맥심상 수상
서정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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