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3보궐선거가 끝난 지 1주일이 됐지만 정당마다 희비가 교차되면서 일부 정당에서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승자로 알려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참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의원 보선이 실시된 경남 창원 성산구와 통영시․고성군 2곳은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과 한국당이 의석을 차지한 지역이다. 그렇게 본다면 본전을 건진 쪽은 한국당과 정의당이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의석수와는 무관한 것임에도 선거결과에 대한 정치권과 세간의 평가는 다르다.

정당들이 유권자들에 의해 삼판을 받는 공직선거의 결과는 유의미하다.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제도에서 1등 이외에는 패배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니 당선자를 내지 못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에서는 다음 총선을 가늠하는 잣대로 삼을만하다. 그래서인지 당선자를 내지 못한 정당에서는 당 안팎으로부터 공세를 당하기 마련인바 여당은 권력구조 특성상 내분이 없지만 보선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따랐던 바른미래당 사정은 복잡하고 심각한 편이다.

선거기간 동안 손학규 대표가 경남 창원 성산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당 후보자 지원에 열중하던 당시에도 10%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지도부가 책임져야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여당이 지원한 후보와 한국당 후보자 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된 이 지역에서 바른미래당 입장에서는 선거전을 온전히 치르기도 벅찬 판인데 몇몇 의원들이 내부 총질을 하는 등으로 콩가루 집안 양상을 보였으니 결과는 예견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8일 개최 예정이던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가 정상 개최되지 못한 것을 봐도 심각성을 알 수가 있다. 당내 바른정당계인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불참하면서 지도부의 총사퇴를 억압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손학규 대표가 ‘지도부 총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 “지금 그만두면 누가 당 대표를 하나”며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미묘한 당내 기류가 감지되는 상태에서 손 대표가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당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과 차기 총선에서 중도세력의 입지 확대를 위해 신뢰받는 제3정당으로서 거듭나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중도개혁정당을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의 앞길은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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