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7
 

징역 6년 1심보다 1년 추가

法 “피해자 꿈·희망 짓밟아”

추가기소 사건 유죄 결정적

시민단체 “반성·성찰해야”

이윤택 측 “즉시 대법 상고”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이윤택(67)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항소심에서 형량을 더 추가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한규현 부장판사)는 9일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 10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등도 명령했다.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 명령에 대해선 재범 위험성이 크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신으로부터 보호 감독을 받는 관계에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장기간 반복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만이 아니라 꿈과 희망도 짓밟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런데도 아직 자신의 행동이 연기 지도를 위한 것이라거나 피해자들의 동의 하에 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운동’을 통해 기소된 유명인사 중 실형이 내려진 첫 사례였던 1심은 이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에서 이씨의 형량은 1년이 더 추가됐다.

이처럼 이씨의 형량이 늘어난 이유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공소사실 중 일부가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추가 기소된 사건이 1심과 달리 유죄 판단이 나온 것이 결정타였다.

1심은 추가 기소사건의 피해자가 극단원 신분이 아니었고, 업무나 고용관계가 없었기에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추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단순히 외부 조력자로 안무를 도운 것이 아니라, 밀양 연극촌의 일원으로 안무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해자를 보호 감독하는 지위에서 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인정된다”고 유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가 9일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2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가 9일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2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앞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에서도 유죄로 판단이 뒤바뀐 부분이 증가했다.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인 이씨는 배우 선발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지닌 점을 악용, 2010년 7월~2016년 12월 여성 배우 9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2016년 12월 연기 연습이라며 여성 배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 우울증 등 상해를 입힌 혐의도 있었다.

1심은 이 가운데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하지 않아 증거나 부족하거나 일반적인 발성 연습으로 보이는 일부 범행을 제외한 총 8명에 대한 18회의 추행 혐의를 유죄로 결론 냈다. 유사한 방신이 반복된 점을 들어 상습성도 인정했다. 추행이 배우의 우울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켰다는 것도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가 나온 피해자 1명과 관련된 일부 범죄사실에 대해서도 증인신문을 통해 유죄 봤다.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강제추행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독특한 연기 지도 방식’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신체적 표현을 중시하는 연극을 지향했고, 지도하는 과정에서 일부 신체접촉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의 신체 접촉 수준은 건전한 성도덕 관념을 가진 일반인이 용인할 만한 한도를 현저히 일탈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욱이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접촉을 미리 알리고 허락받은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며“도제식 교육·고용관계였다는 점에 비춰 피해자들이 항의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론 자유롭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해 신체접촉을 승낙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는 선고가 끝난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보다 나아간 판결에 아직은 사법부가 사건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가졌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사법부의 올바른 판결을 통해서도 연극계에서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았던 것이 성폭력임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이제라도 연기 지도를 핑계 삼아 성폭력 가해를 정당화 하려 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성찰하길 바란다”며 “자신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대법 상고심은 스스로 포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 전 감독 측은 선고 뒤 곧바로 변호인을 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로써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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