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지난 4월 3일 실시된 국회의원 보선에서 외관상으로 보면 보수 대 진보가 각 1석씩 성적표를 거둬 무승부 같아 보이지만 여당 입장에서 보면 완전 참패다. 더불어민주당은 창원 성산구에서 단일화 형세를 취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가까스로 당선돼 위안을 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당 의석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경남 통영시·고성군 지역구에 출마한 여당 후보가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에게 큰 표 차로 졌기 때문에 여당 지도부에서도 참패 원인이 경제 실정에 있었다고 판단하고 그 후유증 탈출에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3보선지역인 경남 창원과 통영·고성지역은 공교롭게도 창원공단과 조선·자동차산업단지가 인근하고 있어 지역경제 문제와 연결고리가 맞닿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야는 보선 기간 내내 정책이슈를 경제 활성화를 두고 다퉈왔던바 특히 여당 후보자가 출마한 통영·고성지역에 대한 경제 활성화를 미끼로 한 선거 전략은 적극적이었다. 선기기간 내내 민주당 지도부가 상주하다시피하면서 예산폭탄을 퍼부어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정부가 지난해에 통영·거제를 비롯해 전국 6곳의 고용위기지역에 1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지원해왔고, 올해 4월에 끝나는 고용위기지역, 산업위기지역 지정 지원은 통영·거제에 대해 지원 기간이 연장해 수천억원대의 추가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공약이었다. 또 조선소 폐쇄 등 영향으로 경기 부진을 맞고 있는 통영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성동조선’의 정상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했지만 지역주민들은 여당 지지가 아니라 정부의 경제 파탄을 몰아 부친 한국당 편을 들었던 것이다.

선거구민들이 바보가 아니다. 국가예산 사정이 뻔한 데도 선거철이 닥치거나 보궐선거가 되면 여당에서는 여당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그 대가로 지역에 예산폭탄을 퍼부어 획기적으로 변화․발전시키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야당은 정부·여당의 경제 실정(失政)을 파고드는 한편, ‘나랏돈을 선거용으로 푸는’ 전략에 대해 비판하고 실천하기 힘든, 허울좋은 여당의 선거전략일 뿐 이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는데, 여당의 달콤한 유혹에 통영시·고성군 유권자들이 혹하지 않았으니 이 지역에서 그 결과는 한국당의 낙승으로 끝난 것이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 2곳과 지방의원 3곳 등 총 5곳에서 실시됐지만 민주당 후보는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그런 실정에서도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나온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도 “선전했다”고 자평을 내놓았는데 한 마디로 이율배반적이다. 특히 통영·고성에서 지도부가 대거 출동해 ‘예산 폭탄’ 투입으로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공약도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얻은 것보다 2배 가까운 지지를 얻은 것이 “성과로 판단된다”고 자평했으니 완전히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부·여당에서는 향후 국정 돌파구 찾기가 당면 과제로 닥쳤다. 4.3보선 직전 국민 비난이 거셌던 장관 후보 인사 참사와 김의겸 청와대 전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등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국정 돌파구를 찾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주장해온 중간평가 성격이 아님을 애써 부언하면서 내년 총선이 민심의 향방을 알 수 있는 진짜 선거라며 이번의 참패를 어떻게 하든지 상쇄할 방도를 찾아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당은 4.3보선에서 진보의 험지인 통영·고성에서 30%를 득표했다고 선전의 의미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참패를 인정하고 더욱 겸손해져야 한다. 한국당 등 야당에서 주장하는 지난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권을 준엄하게 심판했다는 점을 시인하고, 경제정책 등 정부 실정과 여당의 오만에 대해서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치부를 감출 게 아니라 드러난 현실을 토대로 정치·경제적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 어떻게 변화·대응하고 내년 총선에 대비해야하는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어야 한다. 그래야만 두 번의 실패는 없을 것이다.

그간 지속돼온 경기 침체와 지난해 최저임금제 인상 등으로 중소기업과 영세 상인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한 경제 실정 원인으로 지난 4.3보선에서 참패당한 민주당이 앞으로 정부에 대해 적극 개입하는 등 정당의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청와대가 경제정책에서 민간 영역까지 침범하는가 하면, 여당 지도부가 지난 총선 때 국민지지가 높았다는 사실에 빠져 변화의 길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앞으로 닥쳐올 예상은 뻔하다. 경제 심리 불안으로 사회 여론과 민심의 변화 조짐을 뒤늦게야 간파하고서 “경제정책 이대론 안 된다”며 4.3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향방을 깨우쳐 청와대에 적극 개입할 모양새니, 다행이라 하겠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자성 목소리가 구두선(口頭禪)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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