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교육부가 지난달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교과과정의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증가함에 따라 마련한 대책이다. 교육부 차관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기초학력미달로 한번 떨어지면 복구하기가 어렵다”면서 “가급적 빠른 시기에 그 모자라는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쇠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려는 노력을 하니 다행이다.

지금의 기초학력 미달 사태를 보면 이상과 현실이 얼마나 괴리가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초등학교 시험 폐지, 지필평가 대신 수행평가 확대, 토의토론 수업 비중 강화, 자유학기‧학년제, 혁신학교 확대 등이 합작해 만든 결과라 보여 진다. 초등학교 시험을 폐지했는데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로 시험을 또 안 본다. 제대로 자기실력을 알려면 중학교 2학년이 돼야 하는데 중학교 2, 3학년마저 연계 자유학년제로 중간고사는 없애고 기말고사만 보라고 권장한다. 아이들이 시험을 통해 자기 실력을 알고 보충할 기회마저 없다.

초등 교과의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도 기초학력 미달의 한 원인이다. 부모가 풀기도 어려운 문제를 어린 아이들에게 시키니 금지옥엽 곱게 키운 아이들이라 금세 포기한다. 부모가 도움을 줄 수 없으니 사교육에 맡긴다.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교과내용을 개편하고 난이도를 조절해야 한다. 엄마, 아빠와 책상에 앉아 받아쓰기 했던 기억이 누구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습은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효과적이다. 알림장, 일기쓰기, 받아쓰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익히도록 하는 게 좋다.

중등교육은 자유학년제 때문에 부실화 됐다. 시험을 보지 않으니 자신의 공부소질과 능력, 적성을 찾기는 더 어렵다. 자유학년제, 자유학기제로 진로 탐색을 하기에 중학교 1학년은 어린 나이다. 자유학년제의 개념도 잘 모르는 아이들이 형식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시험도 안보니 학교는 놀자판으로 변해 기초학력 미달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자유학년제 때문에 진로를 찾았다고 하는 아이도 찾아보기 힘들다.

중학생들한테 물어보면 자유학년제의 만족도는 생각보다 높다. 학교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보다 자유로운 체험활동을 하는 게 재미있고, 체험학습은 오전에 끝나 놀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공부를 안 시키니 학원에 보내지만 시간낭비와 돈 낭비임을 아는 부모가 얼마 되지 않는다. 학교든 학원이든 도무지 학습동기를 부여하기가 어렵다.

허울만 멀쩡한 혁신학교 정책도 실제는 효과가 검증조차 되지 못하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혁신학교 존폐를 거론하고 있다. 기초가 튼튼해야 내실 있는 토론 수업이 되는데 말장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학교 시절 직업체험, 축제, 동아리활동, 기초가 없는 토론 수업을 받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어려운 공부에 적응하지 못해 아예 포기하고 만다.

성인도 시험을 안 보면 공부를 안 하는데 하물며 어린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시험이 없어도 탐구욕을 타고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를 한다. 공부할 의지가 없는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공부와 담쌓고 게임, 영상에 빠져들게 된다. 학교에서 시험문제 틀린 개수만큼 때리면서 공부를 시켰던 시절은 분명 잘못이다. 하지만 의지도 기초학력도 부진한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공부 하자”라고 한다고 면학분위기가 생기지 않는다. 비바람을 맞으며 자란 어린 싹이 커서도 잘 자라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아이들이라도 비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은 길러주며 키워야 한다. 최소한 한 학기에 한번이라도 시험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알 수 있도록 해야 부족한 기초학력을 보충할 수 있다. 교육방침을 충실히 이행하며 열심히 자유를 만끽하는 아이들만 수포자가 되고 기초학력미달 학생으로 전락한다. 엄연히 고교입시, 대학입시가 존재하는데 학교에서 시험을 안보니 상위권, 고소득층 아이들만 사교육으로 기초학력을 보충하며 앞서 나간다. 고등학교, 대학도 추첨을 통해 입학하면 자유학년제가 옳다.

시험을 없앤다고 자살하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행복지수가 높아지지 않는다. 시험이 없으니 아이들이 책은 읽지 않고 유튜브 같은 영상에만 빠져 있다. 책을 읽지 않으니 어휘력이 달리고, 시험문제 자체를 해석하지 못하니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게 우리교육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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