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훌의 콘서트에서는 북 장구 꽹가리 피리와 함께 전자기타 드럼 신디 등의 악기가 어우러진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리부터 전통 알아야 세계가 인정 ‘wHOOL’은 내 음악의 정체성”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국악 공연 <진달래 꿈 봄 잔치>가 사시사철 열리는 곳, 블러섬랜드가 있다. 꽃무늬 벽지와 샹들리에가 있는가 하면 작은 바를 옮겨놓은 공간이 이웃해 있다. 조각보를 이어 놓은 듯한 공간이 눈에 띈다. 

최윤상 훌(wHOOL) 대표는 “직접 망치질을 하고 벽을 부수고 마루·벽지·그림 등 인테리어를 다했다”며 힘들었던 내색을 하면서도 뿌듯해 했다. 판소리 가락처럼 끊어짐 없이 쏟아내는 최 대표의 말에는 남다른 열정과 경험의 깊이가 느껴진다.

훌은 젊은이들로 구성된 국악 그룹이다. 특이한 점은 장구, 북, 꾕과리, 피리 등 기존 국악기에 전자기타, 드럼, 신디 등을 접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훌을 퓨전국악팀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최 대표는 “훌 음악을 퓨전국악으로만 한정짓지 말아 달라”며 각별히 당부했다. 

그는 그룹 훌에서 활동하기 이전, 공명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이름을 알렸다. 그 이후 공백기를 가지면서 호주와 독일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유학하는 동안 ‘음악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상념에 빠졌다. 그렇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얻은 답이 바로 ‘훌’이었다. 

그는 외국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서양인들이 일본하면 ‘사무라이’ 중국하면 ‘소림무술’을 떠올렸단다. 하지만 두 국가와 달리 한국은 문화코드가 없어 서양인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더군다나 최 대표의 지인 중 서울대 음대 클래식 기타부분에서 제1호로 입학한 친구가 독일 유학길에 오르면서 벌어진 일화는 최 대표에게 ‘전통음악’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면접관은 친구에게 “고국의 음악을 해 보시오”라고 주문했다. 당황한 친구와는 다르게 같이 면접을 보고 있던 흑인은 자국의 악기, 잠베를 두드리며 춤을 추는 등 익숙하게 전통악기를 다뤘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국악전통공연은 95% 이상이 지인 관객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전통음악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현재 전통음악이 대우를 많이 받고 사회적으로도 외국음악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한다. 이에 반면 한국에서는 국악이 크게 집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  

▲ 최윤상 훌(wHOOL)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는 “해외에서 주목받고 각인되는 한국의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먼저 우리의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의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공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 전통은 무엇이다’라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없다면 우리의 전통을 창조하고 실험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훌의 음악을 퓨전에 국한 시키지 말라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그는 “우리의 전통을 재해석하고 확대·실험하는 진짜 창작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국민이 전통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에 대해 아직 자책하거나 질책할 시기가 아니라고 한다.

그는 “음악을 해왔던 60~70대 어르신들은 그 시대에 국악이 아닌 기타를 연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지 않았겠냐”며 “그때 들을 수 있는 음악은 한정적이었으며,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담배피우는 것이 멋인 줄만 알았지 우리네 전통을 찾고 즐길 환경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것을 살리고 부흥시킬 수 있는 좋은 시기는 바로 오늘날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의 철학이 담긴 훌의 무대는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밖에 없는 공연이다. 그는 “그냥 박수를 받는 음악이 아니라 공연이 끝나면 박수 대신 정적이 흐를 만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호주와 독일에서 그토록 찾았던 ‘음악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답을 “나의 음악을 기다리는 팬이 한국 문화를 기대하는 세계인이 되는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릴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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