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트럼프 만남 전 ‘한반도정세 긴급진단’ 좌담회

“한미, ‘北 비핵화 포괄적 합의 단계적 실천’ 지지할 것”

 

‘제재 완화’엔 이견…“美 자극 우려” vs “협상카드 활용”

“3차 북미회담, 2~3달 안에… 2개 제재 해제 가능성”

[천지일보=명승일·손성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미 공조가 변함없이 공고함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서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실행 방안’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상응조치로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이번 한미회담에서 거론할지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대북제재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미 양측을 다시 협상자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오히려 제재완화 카드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한미회담에서도 논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지일보 천지팟은 8일 오후 보이는 라디오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한반도정세 긴급진단’ 좌담회를 열고, 다가오는 한미정상회담과 앞으로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3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처럼 진단했다. 이번 좌담회는 이상면 천지일보 대표이사를 좌장으로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안보통일센터장과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다음은 질의응답 전문.

-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유는 무엇인가.

신범철(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영변 핵시설을 비핵화하겠다고 하며 지난 2016년 이후 북한의 민생 관련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외에 플러스알파로 미공개 농축우라늄 시설까지도 비핵화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낮은 단계의 합의인 ‘스몰딜’을 이끌어낼 수도 있었지만, 높은 단계의 합의인 ‘빅딜’을 요구하면서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홍현익(홍): 1월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김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 등을 만나 실무협상을 한 이후 스탠포드대학교 강의 자리에서 기자에게 미국의 입장은 낮은 수준의 합의를 할 것처럼 시사했다. 하지만 막상 하노이 협상 당일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을 요구했다. 그 배경에는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일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북핵 협상의 획기적인 진전이나 역으로 결렬되는 뉴스가 필요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선 북미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빅딜에 동의할 수 없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천지일보 천지팟은 8일 오후 보이는 라디오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한반도정세 긴급진단’ 좌담회를 열고 다가오는 한미정상회담과 앞으로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3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를 진단했다. 이상면 천지일보 대표이사를 좌장으로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안보통일센터장과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이 패널로 참석해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9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천지일보 천지팟은 8일 오후 보이는 라디오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한반도정세 긴급진단’ 좌담회를 열고 다가오는 한미정상회담과 앞으로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3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를 진단했다. 이상면 천지일보 대표이사를 좌장으로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안보통일센터장과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이 패널로 참석해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9

- 한미회담에서 제재 완화와 개성공단 다룰까.

홍: 먼저 한미 양측은 신뢰 관계가 전혀 변함없음을 확인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북미 간 접점을 마련하는 타협안을 제시할 것이다. 초강대국 원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 자리를 박차고 나왔으니, 다시 협상장에 갈 수 있도록 체면을 세워줄 것으로 보인다. 이어 문 대통령은 ‘포괄적 합의와 2~3단계의 단계별 실천 방안’을 제시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통해 미국의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북한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 어렵다. 이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세워주고 제재 완화를 말해야 한다. 지금은 더 압박을 해도 김정은이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제재를 풀어줘 비핵화를 유도해야 한다. 약속을 안 지키면 다시 제재하면 된다. 대북 제재 5개 해제가 부담이라면 2개 정도 완화는 논의해볼 수 있다. 또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풀어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신: 한미 공조를 보여주고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실행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는 분석에는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 완화는 강조하지 못한다. 미국은 대북 제재로 효과를 봤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제재 완화는 한미공조를 강조하는 분위기를 깬다. 또한 최근 미국을 다녀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입국 기자회견을 보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한미 간 굳건한 동맹관계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 한미회담 시기에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열리게 된다.

신: 북한에서 특별한 메시지 안 나올 것이다. 과거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이후 경제노선을 발표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조직과 인사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이 자리에서 대외 메시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북한의 자력갱생과 경제성장을 강조할 것이다.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 등의 강경 메시지가 나올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 한미회담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홍: 최고인민회의에서 별다른 (대외메시지) 얘기는 없을 것이라는 데 같은 생각이다.

- 스페인 北대사관 습격의 북미협상 영향은 무엇인가.

신: (주 스페인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단체 ‘자유조선’은) 민간단체이지만 미국 정보당국의 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의해 살해된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을 보호하는 것은 일반 민간단체가 하기에는 어렵다. 미국 FBI, CIA 등의 후원을 간접적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현재의 북한 정권의 (대안세력으로) 임시정부를 지향하는 것 같다.

미국 정부가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북정책의 카드일 수 있다. 첩보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북한도 사이버 공격을 통해서 해킹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스티븐 비건이 북미 실무협상을 하고 난 다음에 있었던 일이다. 미국은 이 일을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을 압박하는 하나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만 했다. 미국과 대화를 필요하다고 인식을 해서 적절한 수위조절을 해서 불만을 표시했다.

홍: (2차 대전 후) 1948년 대한민국만을 합법정부로 인정했지만, 1990년 유엔에 남북한 동시 가입했다. 북한도 국가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스페인 북한대사관을 무단 침입해서 사람들을 감금하고 자료를 가지고 미국으로 갔다고 하고 미 FBI에 탈취한 자료를 전달했다고 공개적으로 나섰다. 엄격히 따지면 국제법적으로 강도행위를 한 셈이다. 국제사회에서 신분을 엄격히 보호하는 대사관을 공격한 것이 되고, 스페인 판사가 이들에 대한 범죄 인도요청을 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관련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비난하고 나설 것이지만,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미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스페인 내 북한대사관은 (북핵 실무협상자인)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가 정보 계통의 외교관으로 근무를 했던 곳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말로는 북한의 전신정보를 해독할 수 있는 기계를 탈취해 FBI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3차 북미회담 재개와 시기는 어떻게 보는가.

홍: 한미회담이 성공적이라면 이후 남북정상회담, 장관급 및 실무회담이 열리는 수순을 거친다. 이후 2~3달 내에 북미 3차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 최종적으로 완전한 비핵화가 확인되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마지막에 2개 제재 해제가 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신: 북한은 전략적 결단은 못 내리고 있다고 본다. 지금의 톱다운(Top-Down, 하향식) 정상외교의 협상은 서로가 만족해야 한다. 미국은 상응조치를 시행하려면 북한이 먼저 비핵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3차 정상회담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제재 완화를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고, 미국은 북한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홍: 트럼프 대통령이 나름 독특한 리더십을 갖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데 톱다운이 효과가 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남북한 화해협력이 있었지만,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강경파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북한에 우호적이다. 남·북·미 3자가 선순환으로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잘 활용하면 비핵화에 대한 큰 진전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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