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세천 교무. (남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원불교 ‘다문화가정의 아버지’ 고세천(교무) 남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다문화청소년,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원
오바마 대통령, 하인즈워드, 가수 인순이 모두 다문화 출신
2년 내 다문화 가정 청소년 급증… 지원센터 설립할 계획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국내 외국인 거주자가 120만 명을 넘어서면서 한국도 이제 다문화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원불교 ‘다문화가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고세천(45) 교무는 다문화가정이 국내 사회 구성원의 일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함은 물론 이주민 여성들의 2세를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하인즈워드, 가수 인순이…. 이들의 공통점은 다문화청소년 시절을 거쳐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들이지요. 다문화청소년들은 대한민국을 세계 속의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소중한 자원입니다.”

원불교 남원교당에서 사역하고 있는 고 교무가 다문화청소년들을 위해 어필하고 있는 홍보문구다. 남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 교무는 이처럼 이주민여성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더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는 ‘2세들의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 고세천 교무(왼쪽)가 베트남 이주여성의 모국에 있는 초등학교를 방문해 베트남 아이들과 같이 찍은 사진. (남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 “외국인근로자 생활 해보니 알겠더라”

원불교 교화를 위해 남미 아르헨티나로 떠난 고 교무는 낮에는 옷을 팔고 저녁에는 학교에서 무료로 가르쳐 주는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외국인근로자’ 생활을 지낸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로 들어온 고 교무는 바로 남원교당에 발령을 받았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다니는 부설 어린이집을 방문하게 됐다.

그곳에서 고 교무는 필리핀 2세들의 성격이 거칠다는 평을 듣게 되면서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이유인즉슨, 아이들이 이주민여성인 엄마에게서 한국어를 배우지 못했던 것이 주요문제로 드러났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아이들은 대화를 하기 보단 서로 밀고 때리며 꼬집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이런 충격적인 현상을 시정하고자 고 교무는 타지에서 자신이 외국인근로자로 일하면서 겪었던 문제들을 회상했고, 자연스럽게 이주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한국어를 무료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후 이주민을 위한 언어교육이 시발점이 돼 어느 샌가 다문화가정을 위한 조력자이자 자원자로 활동하고 있는 고 교무는 내년부터 더 큰 활동무대에 뛰어들 예정이다.

◆ 다문화청소년지원센터 건립 계획

고 교무는 내년부터 전라북도 소재의 다문화가정 2세들을 위해 청소년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라북도 거주 외국인이 6545명(2009. 4)으로 지난 5년간 매년 20% 이상 증가 추세에 있으며 다문화가족 자녀 5474명(2009. 4) 중 6세 이하가 61.5%, 7~12세는 27%로 영·유아가 대다수 차지함에 따라 앞으로 1~2명 이내에 취학 청소년이 급속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고 교무는 “5년 이내에 다문화 청소년문제가 우리지역 청소년문제의 중심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교육복지, 상담, 문화지원을 위한 종합지원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 고세천 교무(왼쪽)가 베트남 현지 학교를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했다. (남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우리 누이요, 동생”

다문화가정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고 교무는 남원지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이주여성들과 농공단지에 일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차별과 멸시를 받지 않고, 정당하게 일하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주력한 지 7년째다.

그는 한 이주민 여성이 모국에 두고 온 아들이 심장병이 걸렸다면서 살려달라는 하소연부터 어머니 갑상선 수술비를 마려하고자 한국으로 시집을 온 20대 젊은 여성 등의 눈물 없이 못 듣는 다양한 사연을 들으면서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않았다.

“이주여성들이나 노동자들은 남이 아니라 바로 우리 누이고 동생들입니다.”

고 교무가 이렇게 자발적으로 타국의 아픔을 가족처럼 어루만져 줄 수 있었던 동기는 어렸을 때 우리나라도 원조를 받는 나라였다는 점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고 교무는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동생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물설고 낯선 외국 땅에서 고생을 감내하며 달러를 벌어들인 누나를 통해 이주민여성들이 보였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통해 형님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최초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는 자부심이 컸기에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도 한몫했다고 전했다.

▲ 고세천 교무는 2010년 베트남 이주여성 모국을 방문하고 봉사하는 행사를 가졌다. (남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 韓, 유엔 지정한 모범생 나라였는데

국내 다문화가정이 급성장하면서 정부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은 물론 다문화사회 인식개선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특히나 다문화종교사회로서의 문제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고 교무는 우리나라가 그간 종교에 관해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자랑거리를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종교 간의 화합에 있어 유엔이 지정한 모범생 나라입니다. 유엔사무국 직원들이 한국의 종교화합을 배우러 왔으니까요. 세계의 모든 종교가 다 들어왔지만, 종교전쟁, 폭동이 없이 화합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 그 이유였죠.”

하지만 최근 들어 잦아지고 있는 종교분쟁에 대해서는 너무도 안타까워하며 언론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종교 간의 화합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교의 본질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신신당부했다.

“종교가 무엇입니까. 예수님, 부처님, 마호메트, 공자님 등의 성인들의 본의는 모든 세상의 평화입니다. 내 종교의 우월성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고등종교가 시대에 따라 들어왔지만 화쟁사상에 입각해 기존의 종교와 화합하면서 공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독교는 조선의 종교가 아닌 외국의 배타적 종교를 모방하고 있습니다. 이점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근자에 일어난 소위 ‘땅밟기’는 아주 천박하고 근시안적인 아집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고세천(가운데) 교무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다문화음식문화축제’를 열었다. 모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필리핀 이주여성들이 고세천 교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 다문화가족도 우리 식구

고 교무는 다문화가족들을 ‘한 식구(食口)’라고 말했다. 식구라는 뜻은 바로 밥을 같이 먹는 가족이라는 의미라며 특히나 다문화가족 이주여성들에게 우리나라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의 조상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아픔과 고통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한국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문화가족들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그들이 문화충격이나 이질적인 요인들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누이가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무시할 수 없듯이 그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 다문화 기류, 한국을 세계의 중심국가로

그는 세계는 하나의 가족, 하나의 울타리, 하나의 일터, 하나의 이념으로 좁혀지고 있고,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하루하루가 무섭게 발달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정신은 이에 따라가진 못하고 있다며 한국이 단시간 내에 다문화사회로 발 돋음 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차피 한 번은 치러야 할 것이 조금 일찍 찾아온 것이라며 이러한 기류를 타고 한국을 세계의 중심국가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다문화·다민족·다종교가 꽃을 피우고 이 기운을 전 세계의 신(新)한류로 수출해야 합니다. 중동과 이스라엘에는 한국의 화쟁사상을 수출하고, 아프리카와 동남아 국가에는 새마을정신과 경제개발과 민주주의를 수출해야 합니다. 미국과 유럽에는 한국의 다이나믹한 역동성을 수출해야 합니다. 그 역사적인 사명이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부여됐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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