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경제논단] 소득주도성장론, 청년이 울어버렸다
[미디어·경제논단] 소득주도성장론, 청년이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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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경제학만큼 다양한 해법이 있는 학문도 드물다. 원래 정책학은 백가쟁명이다. 한 가지 해법이 모든 사람을 만족할 수 없다. 인간의 이성은 쉽게 이해를 하겠는데, 합리성은 복잡한 원리에 의해 작동된다. 상황(contexts)에 따라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합리성이라고 어떤 원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합리성은 이성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칸트는 3가지 비판서(書)를 남겼다. 『순수이성 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등이 그것이다. 그는 이성이 어떤 요소를 갖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 주의사항 그리고 상황을 인식할 판단의 요건들을 언급했다. 판단력은 합리성을 갖게 한다. 합리성을 떼어서 보면 상황마다 다르게 보이지만, 셋을 합쳐 보면 그렇게 쉽게 풀린다. 이성으로 무장한 개인은 생명, 자유, 재산 등 기본권에 충실한 인간형(型)이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불러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한 청년이 일어나 ‘정권이 바뀌었지만 정부의 청년 대책은 달라진 게 없다’며 눈물을 터뜨린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청년의 논리는 ‘정부가 청년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 대개 단편적’이라며 ‘사회이슈에 따라 때로는 비정규직 문제였다가 때로는 젠더 문제 정도로만 해석할 뿐,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해석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청년의 말이 맞다.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만 맞고 다른 경제정책은 틀린다고 한다. 산업현실을 봐도 2010년 10대 수출품목이 순위가 다를 뿐 지금과 꼭 같다. ‘귀족 노동자’는 현장에 철벽을 쌓고 있다. 청년들이 갈 곳이 없다. 민주노총과 한국 노총은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온힘을 쏟는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행동양식에 달라진 게 없다.

노조를 엄호하는 정부도 ‘소득주도 성장’이야기만 한다. ‘지구촌’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도 않는다. 이들 이론적 맥락은 2012년 포스트 케인스 학파 경제학자들이 쓴 ‘임금주도 성장’을 소득주도성장으로 비틀어 사용한다고 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설계자인 홍장표 수석과 집행자인 장하성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탓에 일자리가 악화됐다는 건 소설’ ‘곧 정책 효과가 나타난다.’는 말을 남긴 채 떠났다. 문 대통령도 계속 ‘경제가 좋아진다.’라고 소득주도성장을 옹호하고 나선다.

청년들 정신이 돌아버린다. 지금까지 청와대는 퍼주기 선심성 이야기했다. 물신화(物神化, Verdinglichung)가 심하다. 청와대는 청년의 삶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헌법 전문에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는 표현이 있다. 헌법전문에 일의 존중 사상이 녹아있다.

민세 안재홍(安在鴻)은 국민개노(國民皆勞, 모든 사람을 직업을 갖는다)라고 했다. 일에는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일에 충성하고, 기업가는 노동자에게 충성을 하는 것이다.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의 도덕률이 여기서 작동한다. 그 결과 각각 그 대가로 소득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노동자든, 기업가든 돈에 별 가치를 두지 않는다.

현실은 달리 움직인다. 노동자는 돈에 목을 매고, 기업가는 투자를 꺼린다. 일자리가 늘어날 이유가 없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서경(書經)』에 완물상지(玩物喪志, 진귀한 물건에 정신이 팔려 본심을 잃어버린다)에 감금시킨다.

온 국민은 노동과 행복에 관심이 없고, 오직 돈을 버는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다. 정부가 앞장서 호기심이 많은 청년들을 질식시킨다. 헌법 정신과 달리 경제정책이 움직인다. 청와대는 유엔이 북한 인권을 거론하는 이유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인민의 생명, 자유, 재산 등 기본 인권을 우습게 본다. 대한민국 위정자는 북한과 다른가? 노동자라도 일과 행복을 삶의 으뜸 요소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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