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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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김밥은 다양한 재료가 모여 만들어지는 음식 중 외관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있는 음식중 하나이다. 아무리 김밥을 잘 말더라도 재료의 길이와 김밥을 마는 사람의 손끝의 강도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양 끝으로 재료가 삐져나오게 된다. 

단정하지 않게 튀어나온 부분을 ‘꼬다리(꽁다리)’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이 부분은 마치 규율 속의 자유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모든 꼬다리는 각양 각색의 모양을 하고있고 자유분방한 비례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자유로운 형태에 반해 자꾸만 손길이 간다. 어쩌면 한 줄에 두 조각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희소성이 그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중간 부분의 평이한 모양새보다 개성 있는 형태의 꼬다리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간혹 분위기에 벗어난 이야기나 주제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김밥 옆구리 터지는 이야기’를 한다며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평범함을 깨는 것을 거부하는 보수성이 내재돼 있는 이야기이겠으나 김밥 꼬다리의 자유분방함은 자유를 추구하는 형태지향적인 건축의 입장에서 더 관심이 간다. 

밥알은 대지가 되고 검은 김을 대지의 경계라고 본다면 밥알을 비집고 나온 노란 단무지는 고층 건물처럼 느껴진다. 주황색 소시지가 보일 때는 강렬한 인상을 가진 건축물이 탄생하는 셈이다. 시금치가 주변을 배경삼아 늘어져있으면 조경이 예쁜 건축물이 된다. 

먹는 것과 건축의 조합이 재미있어 때때로 실소를 짓게 된다. 마치 옆구리 터진 김밥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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