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북한이 입었을 피해는 우리 국민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상업용 위성사진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K-9 자주포가 북한 개머리 지역 방사포 진지를 향해 쏜 포탄 중 14발이 진지 뒤편 논밭에 탄착군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작 6문에 달하는 방사포 진지엔 한 발도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포착됐다.

여야 의원들은 우리 군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며 강한 질타를 쏟아냈다. 민간인을 포함해 4명이나 희생당하고 수많은 주민이 피해를 본 마당에 적 방사포 진지가 멀쩡한 데다 이렇다 할 만한 성과가 보이지 않으니 화가 날 만도 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 정도면 잘 쏜 것이라고 평가한다.

위성사진에 찍힌 탄착군의 직경은 150m로 K-9 자주포 교범상의 오차보다 작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정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포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반격에 나서 일정한 탄착군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당시 해병부대의 정신무장과 숙련도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기술과 장비라고 볼 수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크워크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상팀에서 실시간 기상정보를 취득하지 못하고 수정탄을 발사할 수 있는 정찰장비를 보유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정확하게 사격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장비 문제는 정신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세계 최강인 미군 뒤에는 최첨단 무기가 있다. 어느 누구도 정신력만으로 미군이 세계 최고가 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장비 문제는 장비 도입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군은 정신무장을 유별나게 강조해 왔다. 사실 군인의 생명이 강인한 정신력에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있다. 장비가 없어 맨손으로 싸우던 시대에서 최첨단 정밀 장비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이제 군대의 정신력만을 강조할 게 아니다. 그 정신력이 최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필요한 장비를 아낌없이 보강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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