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강원도 고성 산불화재 현장으로 이동 중인 인천소방본부 소속 소방대 모습. (제공: 인천소방본부) ⓒ천지일보 2019.4.5
지난 4일 강원도 고성 산불화재 현장으로 이동 중인 인천소방본부 소속 소방대 모습. (제공: 인천소방본부) ⓒ천지일보 2019.4.5

소방차, 전국서 872대 출동

단일화재론 최다 장비 동원

빠른동원 배경 ‘소방청 독립’

“소방청 관련 예산, 아쉬움”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축구장(7140㎡) 면적의 742배에 달하는 강원도의 숲이 일순간에 잿더미가 됐다.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나 1명에 그쳤고, 주불도 화재발생 14시간 만에 잡혔다.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할 만큼 큰 산불이 났지만 소방청의 활약 등 체계적인 재난대응의 영향으로 하루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7일 최종 집계된 강원 산불의 피해 규모는 축구장 면적 742배에 달하는 산림 530㏊를 비롯해 주택 401채, 창고 77채, 관광세트장 158동, 축산시설 925개, 농업시설 34개, 건물 100동, 공공시설 68곳, 농업기계 241대, 차량 15대 등으로 막심했다. 하지만 인명피해는 사망과 부상 각 1명 외에 더 늘지 않았다.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맞은편 개폐기 내 전선 스파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오후 7시 28분께 출동한 소방당국은 곧바로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하지만 초속 30m의 강풍이 불어 불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번져가자 소방청은 약 2시간 만인 오후 9시 44분께 가장 상위 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소방차의 출동 지시를 내렸다. 산불이 강원도 내 보유 소방 인력과 차량으로는 10분의 1도 막아낼 수 없는 규모라는 판단 속에 내려진 신속한 결정이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원도 강릉·고성·인제·동해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5일 오후 동해시 망상컨벤션센터 주차장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소방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원도 강릉·고성·인제·동해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5일 오후 동해시 망상컨벤션센터 주차장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소방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19.4.5

4일에서 5일 밤사이 동원된 소방자원은 차량 872대, 소방공무원 3251명이었다. 이 밖에도 산림청 진화대원, 의용소방대원, 군인 시·군 공무원, 경찰 등 총 1만여명이 산불 진화에 투입됐다. 단일 화재 투입으론 사상 최대 규모였다.

소방청은 거리를 고려해 가용 소방력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각 시·도 소방서는 단 한 곳도 거부하지 않고 밤을 새워 강원도로 달렸다. 당시 양양고속도로에서는 각지에서 출발한 소방차들로 길게 줄을 이었다. 소방차 행렬이 CCTV 화면에 잡히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속초로 향하는 영웅들’이라는 제목으로 소식이 공유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같이 전국의 소방차가 빠르게 동원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방청 독립’이 있다. 지난 2017년 6월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라 소방본부는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 산하 조직에서 ‘소방청’으로 분리되면서 독립기관이 됐다.

과거 119구조대가 관할지역을 넘어 출동하기 위해선 국민안전처 장관의 지시가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개정된 소방기본법에 따라, 해당 지역의 소방력만으로 부족할 경우 타 지역의 소방력 동원을 요청하는 권한도 안전처 장관으로부터 소방청장에게로 넘어갔다.

[천지일보= 송해인 기자] 고성 산불이 확산하면서 전국 소방차 출동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5일 오전 강원 양양군 서면 한 터널에서 소방차들이 출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 송해인 기자] 고성 산불이 확산하면서 전국 소방차 출동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5일 오전 강원 양양군 서면 한 터널에서 소방차들이 출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신속·긴밀하고 철저하게 작동한 재난대응체계와 군·경의 협력, 청와대·행안부의 도움으로 강원 산불의 큰 불길은 화재발생 14시간 만에 잡혔다. 이는 지난 2005년 4월 낙산사를 태우고 산림 180ha와 가옥 161채를 태웠던 양양 산불에 대응했던 결과보다도 빠른 것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신속하게 대응 3단계까지 발령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했던 것이 (산불 진압에) 효과적이었다”면서 “소방차와 소방인력들은 방어선을 구축하고 (산불이) 일정 공간 이상을 넘거나 민가로 번지지 못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방화선 구축은 건물에 직접 물을 뿌려준다던가 건물 앞에 물을 뿌려서 건물에 복사열이 전달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산불의 예상경로를 미리 파악해 이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원도 강릉·고성·동해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5일 동해시 망상동 오토캠핑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독자제공: 안지향)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원도 강릉·고성·동해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5일 동해시 망상동 오토캠핑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독자제공: 안지향) ⓒ천지일보 2019.4.5

한편 공 교수는 산불에 대한 주관기관이 산림청이다보니 소방청에 산불 진화용 헬기가 모자라고, 관련 예산도 부족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그는 “산불에 대한 예산은 모두 산림청이 갖고 있다. 소방청이 산불 진화 작전에 투입되는데 관련 예산은 없다”며 “소방청도 헬기는 있으나 이는 인명구조용으로, 산불 진화용 헬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관기관은 산림청이지만 일단 불이나면 119에 신고가 되고 소방청에서 출동한다”면서 “이번 산불과 같이 대형 산불로 인해 지방 인력까지 총동원되는 ‘대응 3단계’가 발령되면 타 지역에서는 큰 불이 나지 않도록 기도할 뿐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타 지역으로의 차출이 이뤄질 경우 보통 해당 지역 소방력의 30~50%가 되기 때문에 그 만큼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 교수는 “소방청에 산불 진화용 헬기 등 관련 자원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충분한 예산이 확보된다면 지금보다 더 신속하게 불을 끌 수 있고 지방의 인력과 장비도 덜 차출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