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속초 화마 덮친 장천마을 주민들 “50년 터전 일순간에 잃어… 막막하고 답답해”
[르포] 속초 화마 덮친 장천마을 주민들 “50년 터전 일순간에 잃어… 막막하고 답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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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성·속초·강릉 등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큰 산불로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5일 오후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한 주민이 불에 탄 집을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성·속초·강릉 등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큰 산불로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5일 오후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한 주민이 불에 탄 집을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고성산불 강풍타고 마을 덮쳐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마을곳곳 불 타 전쟁터 방불케

“빨리 복구해줬으면 좋겠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여기서 50년을 살면서 삼남매를 길렀는데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급하게 대피하느라 옷도 수건도 한 장도 못 챙기고 나왔어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요….”

강원 고성에서 시작된 불길이 강풍을 타고 속초까지 번지면서 장천마을은 일순간에 화마에 휩싸였다. 5일 장천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정순(74, 여)씨는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 터전 앞에 망연자실해 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의 집은 기둥하나 남지 않았고 화마에 처참히 무너져 내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장롱이 있던 자리에도, 싱크대가 있던 자리에도 원래 있던 옷가지나 그릇 등 그 어느 것 하나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김씨는 “이 집에 시집을 온 뒤 50년을 살았다. 여기서 삼남매를 키웠고, 공부시키고, 시집·장가보내고 아주 행복하게 살며 정들었던 곳인데 이렇게 다 타버렸다”며 “저 그릇 좀 보라. 쓸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이불도 옷도 건진 게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작년에 농사지어 거둔 곡식을 저 아래 창고에 넣어뒀는데 그것도 다 타버려 재가 됐다”며 “농사철 내내 사용하려고 사둔 비료와 농약은 물론 농기계까지 불타서 농사 걱정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성·속초·강릉 등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큰 산불로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5일 오후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한 주민이 불에 탄 집을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성·속초·강릉 등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큰 산불로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5일 오후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한 주민이 불에 탄 집을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화마가 삼킨 것은 김씨의 집만이 아니었다. 마을 곳곳에 불타버린 경운기, 창고, 차량 등은 산불이 덮칠 당시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주택이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내린 집 앞에 세워진 차량은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마치 전쟁 중 폭격을 맞은 것과 같이 타이어부터 창문까지 남은 것이 하나도 없이 모두 불태워져 있었다.

김씨의 집 근처에 살고 있는 엄화용(48, 남, 농업후계자)씨는 집을 비롯해 장독대를 보관하던 창고와 농기구 등이 불에 타 모두 4억원에 달하는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그는 “대피할 당시 (산불이 일고 있는) 능선 쪽을 보니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고 정말 무서웠다. 다시 마을로 들어와서 보니 집이 불에 타 남아 있지 않았다”면서 “공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에 자리를 깔고 임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엄씨는 이어 “빨리 복구가 완료되고 보상도 원활하게 이뤄져서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다시는 이런 재앙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성·속초·강릉 등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큰 산불로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5일 오후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가옥이 불에 타 무너져 있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성·속초·강릉 등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큰 산불로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5일 오후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가옥이 불에 타 무너져 있다. ⓒ천지일보 2019.4.5

화마가 휩쓸고 지나가 고통받는 마을 주민들을 보며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했다는 어두훈(61, 남) 장천마을 통장은 “너무 급하게 대피를 하다 보니 주민들은 물건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마을을 빠져나와 시내로 갔다”며 “아침에 와서 보니 잿더미만 남아있었고 그걸 보고 있는 심정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르신들이 삶을 터전을 잃고 가슴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이 컸다”고 덧붙였다.

어 통장은 또한 “의식주는 많은 곳에서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는데 문제는 집을 잃은 분들이 거주할 곳이 없다”며 “주민들은 이 부분을 제일 불편해하고 있다. 속히 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를 기준으로 이번 산불로 인해 강릉·동해 지역 약 250㏊가 소실됐다. 고성·속초·인제 지역을 다 포함하면 약 525㏊가 소실됐다. 소방인력 및 자원은 헬기 46대, 소방차 352대, 진화차 77대, 1만 5382명이 투입됐다. 단일 화재 대응으로는 역대 최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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