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저 핵시설 보유”… 향후 공개될 전문 훨씬 많아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북한 관련 외교전문을 속속 공개하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그중 ‘북한 해저 핵시설 보유’ ‘북한 고위 간부들의 남한 망명설’ ‘김정일 건강 양호’ ‘북측 이산가족 비타민 처방’ 등 몇 가지 이슈에 이목이 집중된다.

◇ “북한 바다 밑에 핵시설 있다”

지난 2008년 9월 26일 중국 상하이 주재 미국 영사관이 작성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이 연안에 비밀 해저 핵시설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교문건에 등장하는 상하이 현지의 한 북한 전문가는 크리스토퍼 비드 당시 미국 영사관 정치・경제담당관과 만나 6자회담이 지연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며 “북한이 올해(2008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한 핵 신고서는 불완전한(incomplete) 것이고 중국은 북한이 연안에 비밀 해저 핵시설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이 같은 정보 때문에 당시 중국 내부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중국 지도부 내에서 “북에 강경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이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과 “핵시설을 숨긴 것은 북한 정권이 ‘시한폭탄’이라는 증거라며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북한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 충돌했다고 이 전문가는 전했다.

이와 관련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저핵시설은 우라늄 농축보다도 고난도 기술인데 북한에 과연 그런 게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북한 영변 핵시설 수준을 고려할 때 믿기 어려운 얘기”라고 말했다.

◇ “북한 고위 관리 한국 망명”
주한 미국대사관이 지난 1월 14일 ‘킹 특사 1월 11일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과 만남’이란 제목으로 미 국무부에 보고한 3급 기밀 외교 전문에는 북한 고위관리들이 비밀리에 한국에 망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전문에 따르면 유 전 장관은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정확히 몇 명인지는 확인해줄 수 없지만 해외에 근무하던 다수의 북한 고위 관리가 최근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 전 장관은 이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망명설과 관련 정부는 확실한 대답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망명 자체가 큰 이슈가 되지 않는 인물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망명자가 故 황장엽 씨 같은 거물급이면 이미 상당한 논란이 일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설정식 북한 청년동맹 양강도 제1비서가 지난해 6월 남한으로 망명했고 이외에도 북한의 동북아지역 공관장급 외교관과 외화벌이 총회사 사장을 지낸 한 인사도 서울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들이 문서상 언급된 사람들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 “김정일 줄담배에도 건강 양호”

공개된 전문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된 언급도 나온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위크리크스의 공개내용을 인용, 김정일이 뇌졸중을 앓고 있는 중에도 여전히 줄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건강은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슈피겔에 따르면 북한은 충성도를 근거로 상봉 대상자들을 선별한 뒤 평양으로 데려간 뒤, 만성적인 영양실조를 감추기 위해 식사와 비타민으로 살을 찌우게 했다.

◇ 공개 안 된 ‘판도라 상자’ 훨씬 많아

위키리크스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은 25만여 건. 이 중 국내 정치 및 북한과 관련된 전문은 1980건에 달한다. 현재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 등 언론들을 통해 공개된 남북한 관련 전문은 10여 건에 불과하다.

특히 1980건 가운데 2009년에 작성된 문건이 가장 많기 때문에 나머지 문건이 공개될 경우 현 정권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한편 외교통상부 김영선 대변인은 이번 공개 파문과 관련해 2일 “위키리크스에 의한 외교문서 유출 공개를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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