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 석방 일주일 만인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 석방 일주일 만인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3

이팔성, MB 항소심 증인 출석

‘MB에 증오심’ 비망록 주인공

KRX이사장 무산 뒤 비망록에

“가라고 했으면 제대로 했어야”

“대통령 보고 이상득에 돈 건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법정에 출석해 이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받고자 돈을 건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자금을 건넨 이유 등을 증언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자금 지원 계기에 대해 묻자 “가깝게 계신 분이 큰일을 하게 돼서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잘 계시면 제가 도움 받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할 요량으로 2007년∼2011년 이상득 전 의원이나 이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에 현금 22억 5000만원을 건네고, 이 전 대통령 등에게 1230만원어치 양복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작성한 비망록을 확인해 그 중 19억원과 1230만원 상당의 의류 제공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당신이 대선 공로자이기 때문에 응분의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제 자리를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면서 “그 당시엔 당내 경선이라든지 대선에 선에 쓰일 자금으로 잘 쓰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의 비망록엔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내용 등이 그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담아 기록돼 있었다.

이 전 회장 자신도 이날 증인신문에서 “금융기관장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했던 것 같다”며 “제가 사실이 아닌 것은 안 썼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피고인으로부터 도움 받고 싶은 마음이 있던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없다면 거짓말 아니겠나”라고 답하기도 했다.

2008년 4월 이상득 전 의원에게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위해 3억원을 제공한 것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이 궁극적인 인사권자이자 임명권자로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 석방 일주일 만인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 석방 일주일 만인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3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비서관을 통해 자신에게 직접 전화해 KRX(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맡는 건 어떠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기대했던 KRX 이사장 선임이 무산된 뒤 이 전 회장은 비망록에 이 전 대통령이나 사위 이상주 변호사를 원망을 쏟아냈다. 그는 “KRX를 저보고 가라고 했으면 제대로 (처리를) 해놨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또 2007년 7월 서울 가회동을 찾아가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사전에 이 변호사와 통화를 하고 가회동에 갔다”며 “대문이 열려서 안에다 (돈 가방을) 놨고 (여사님은) 저쪽 마루에서 얼굴만 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회장의 비망록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뇌물 혐의 무죄를 주장해왔다.

이날 열린 이 전 회장의 증인신문은 몇 차례 무산되는 진통 끝에 이뤄졌다. 그는 재판부가 법원 홈페이지에 증인신문 일정을 공지하자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지만, 법원이 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구인장을 발부하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회장은 증인 출석에 앞서 증인지원 절차를 신청했다. 증인지원 절차란 외부에 노출되는 걸 꺼린다든지 증언에 부담을 느끼는 증인에게 신문 전후의 동행과 보호, 비공개 심리(방청객 퇴정) 등의 도움을 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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