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원도 강릉·고성·인제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5일 오후 강릉시 옥계면 인근 야산에서 불이 꺼지지않은 채 타오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원도 강릉·고성·인제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5일 오후 강릉시 옥계면 인근 야산에서 불이 꺼지지않은 채 타오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옥계·망상 지역 야산에 불길

“헬기 투입된 진화작업 필수”

산 밑서 소방차 방어선 구축

[천지일보 강릉=김빛이나, 송해인 기자] “새벽 2시에 급하게 이곳으로 나왔습니다. 빨리 불길이 잡혀야 하는데 오늘을 넘길까봐 걱정입니다.”

5일 강릉시 옥계면 한 야산 인근 공장의 유류고 앞을 지키고 있던 의용소방대원들은 산 중턱에서 타오르는 불길과 그 주변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져나가 속초를 덮쳐 1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을 입고 수천명이 대피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강릉 옥계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진화작업이 한창이다.

의용소방대원인 김의철(가명, 50대, 남)씨는 “해안가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산을 태우던 불은 바람의 방향이 바뀌자 다시 산 쪽을 향하고 있다”면서 “산불은 보통 빨리 꺼도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만일 (진화가) 더뎌지면 오늘을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의용소방대 활동을 해왔다는 다른 소방의용대원은 “나무 사이로 보이는 불이 약해 보여도 산 속에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특히 이렇게 골짜기가 있는 곳은 더더욱 위험하다. 산 속은 용광로다. 죽으러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원도 강릉·고성·인제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5일 오후 강릉시 옥계면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나 연기가 자욱하다. 소방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원도 강릉·고성·인제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5일 오후 강릉시 옥계면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나 연기가 자욱하다. 소방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 속초=송해인 기자]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속초시 영랑호 주변까지 번져 긴급 투입된 군부대 헬기가 화재 진화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 속초=송해인 기자]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속초시 영랑호 주변까지 번져 긴급 투입된 군부대 헬기가 화재 진화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5

그러면서 그는 “헬기 진화가 필수”라며 “하지만 야간에는 헬기를 띄울 수 없어 최대한 낮에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헬기들은 머리 위를 날아 편대를 이루며 산 위로 진입해 차례로 물을 쏟아냈다. 산림청 헬기를 비롯해 군 헬기와 소방청 헬기 등 여러 종류의 헬기들이 인근 저수지로부터 물을 담아 이동해왔다.

동해휴게소가 위치한 언덕에서는 소방대원들이 잔불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진화가 완료된 상태였음에도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소방대원들은 소방차에서 호스를 끌어 올렸고, 언덕 위 곳곳에 물을 뿌리며 잔불을 정리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때마다 재가 날려 먼지바람을 일으켰다. 폭우에 대비해 설치해둔 콘크리트 배수로에는 재가 가득 쌓였다. 몇몇 나무는 뿌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가장 높은 꼭대기까지 시커멓게 그을린 나무는 전쟁터와 같았던 화재 당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원도 강릉·고성·인제·동해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5일 오후 동해시 망상컨벤션센터 주차장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소방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원도 강릉·고성·인제·동해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5일 오후 동해시 망상컨벤션센터 주차장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소방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19.4.5

동해 망상컨벤션센터 앞에는 대구, 경북, 전주, 충북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방차들이 즐비했다. 김씨의 설명에 따르면 소방차량은 수압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5분 정도면 저장된 물을 다 사용한다. 이는 큰 화재 시 소방차가 많이 투입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산불을 진화하는 데 투입된 소방차는 872대다. 헬기도 산림 28대, 국방 13대, 소방 6대, 임차 4대 등 총 51대가 투입됐다. 단일 화재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유류고 인근에선 소방차들이 모여 방어선 구축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소방관은 “날씨가 건조해서 미리 물을 뿌려놓아도 소용없게 된다”면서 “불이 내려올 때를 대비해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성과 속초 산불로 피해가 속출할 때쯤인 지난 4일 오후 11시 50분경 강릉시 옥계와 동해시 망상동에서 시작된 불은 밤사이 해변가로 향하며 무서운 기세로 산을 태웠다. 망상 인근 40여 가구 중 11가구가 전소됐고 인근에 위치한 실버타운도 피해를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강릉 옥계와 동해 망상 화재로 약 110㏊의 산림이 불탄 것으로 중간 집계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원도 강릉·고성·인제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5일 오후 강릉시 옥계면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나 연기가 자욱하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원도 강릉·고성·인제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5일 오후 강릉시 옥계면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나 연기가 자욱하다. ⓒ천지일보 20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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