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의 랜드마크 유리온실 내부. 바깥과는 사뭇 다른 후덥지근한 온도와 눈 앞에 펼쳐진 식물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파트 8층 높이의 온실에는 스카이워크 구간도 있어 식물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19.4.5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의 랜드마크 유리온실 내부. 바깥과는 사뭇 다른 후덥지근한 온도와 눈 앞에 펼쳐진 식물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파트 8층 높이의 온실에는 스카이워크 구간도 있어 식물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미세먼지로 자연의 품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특히 도심에선 더 그렇다.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청정지역으로 여행가는 이들도 늘고 있다. 목구멍이 따끔거리거나 머리가 지끈거릴 때 ‘쏙’ 들어가 있을 만한 공간이 도시에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도시형 식물원’이 오는 5월 서울 강서구에 문을 연다. 식물원과 공원이 결합된 이곳은 임시개방을 한 지금도 많은 이들이 발걸음하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개발지라 불리는 마곡지구. 아직은 즐길 요소보다 건물 올라가는 풍경이 더 자연스러운 이곳이 식물원 방문객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도시민들이 자연에 얼마나 목말랐는지 알 수 있다.

◆실내서 즐기는 세계 식물문화

서울식물원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도시형 식물원’이다. 말 그대로 도시 안에 들어와 있는 식물원이다. 식물을 전시하고 교육하는 식물원과 휴식의 공간인 공원이 결합됐다. 식물원은 지난해 10월 기준 현재 310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꾸준한 수집·연구 등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8000종의 식물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5월 정식 개장을 하면 유료인 구간까지 현재는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꼭 입장료 때문이 아니더라도 서울식물원의 처음을 지켜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뚜벅이어도 괜찮다. 지하철로 쉽게 이동 가능하다. 공항철도로는 김포공항에서 10분, 서울역에서 20분이면 식물원이 있는 마곡나루역에 도착한다. 강남에서도 9호선을 타면 30~40분 안에 올 수 있다.

마곡나루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안내데스크가 방문객을 반긴다. 관람객들이 대여할 수 있는 유모차와 휠체어가 구비돼 있다. 이곳에서 각종 안내책자를 챙긴 뒤 식물원으로 향했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 2019.4.5

본격적으로 서울식물원에 들어서면 드넓은 공원이 펼쳐진다. 한쪽에는 호수원이 있는데 호수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보행교가 인상적이다. 3월의 끝자락, 공원은 아직 푸르름과 아늑함을 갖추진 못했지만 규모를 보니 5월 개장이 기다려진다. 텔레토비 동산이 상상되기도 하는 서울식물원의 총면적은 50만 4000㎡로 여의도공원의 약 2배다. 어린이대공원(53만 6000㎡)만하다. 서울식물원은 전통적인 식물원의 기능을 살린 주제원과 공원의 역할을 하는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으로 구성돼 있다. 하루로는 다 둘러보기 힘들 수도. 시간이 없다면 서울식물원의 랜드마크인 주제원으로 먼저 향할 것을 추천한다. 한국 자생식물로 전통정원을 재현한 야외 주제정원과 열대․지중해 12개 도시 식물을 품고 있는 유리온실을 볼 수 있다. 야외 정원에 있는 고풍스러운 한옥, 그 옆에 현대적으로 설계된 식물문화센터(유리온실, 교육문화공간)를 함께 보고 있자니 눈앞에서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온실은 독특한 구조로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직경 100m이자 아파트 8층 높이로 제작된 이 대형 온실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삼각형 모양의 유리로 제작됐다. 중앙부가 솟아 있는 일반적인 돔형과 달리 오목한 그릇 형태를 하고 있다. 서울에 피어난 한송이 흰접시꽃을 연상케 한다. 식물세포를 형상화한 육각형모양이 인상적인 지붕은 유리 대신 빛 투과율이 우수한 ‘ETFE’라는 특수비닐을 사용했다. 온실은 지중해와 열대기후 환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식물문화를 발전시킨 세계 도시 정원을 사계절 내내 관람할 수 있다.

온실에 들어서면 온도에 놀라고 평소 볼 수 없는 식물들에 또 한 번 놀란다. 입구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후덥지근한 온도에 여기저기서 ‘와’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입고 있던 외투는 자연스레 벗게 된다.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는 이들도 볼 수 있다. 유리외관을 통해 보이는 파란 하늘과 온실 안 초록 식물들이 대조를 이루고 공중에 알록달록한 열기구까지 설치돼 있어 그림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온실은 열대관과 지중해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온실을 거닐다 보면 하노이, 자카르타, 상파울로, 보고타, 바르셀로나, 샌프란시스코, 케이프타운, 퍼스, 타슈켄트, 이스탄불, 아테네, 로마의 식물들과 만나게 된다. 10m 이상 자란다는 변경주선인장은 길게 쭉 뻗어 시선을 이끈다. 줄기 밑부분이 술병모양처럼 통통한 주병야자(술병야자)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한번 쯤 멈추는 구간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오밥나무나 망고나무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일방적으로 관람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스카이워크가 있어 온실 속 식물들을 한눈에, 다각도로 관찰할 수 있다. 또 식물 사이사이로 텐트, 원주민이 놓고 갔을 법한 탈과 도마뱀 목각인형, 정원사의 비밀의 방 등이 배치돼 있어 식물탐험대 일원이 된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 더 깊이 있고 실감나는 분위기 속에서 식물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보행로와 식물과도 크게 경계를 두지 않았다. 다만 벌써부터 시민의식은 좀 아쉬웠다. 식물과 더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고자 안내원의 주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흙속에 들어가 기념촬영을 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천지일보 2019.4.5
ⓒ천지일보 2019.4.5

◆씨앗 빌리고 반납, 식물과 새로운 관계 제시

온실이 있는 식물문화센터에는 식물전문도서관과 씨앗도서관도 있다. 씨앗도서관은 책처럼 씨앗을 대출받아 재배한뒤 수확한 씨앗을 자율적으로 반납하는 곳이다. 씨앗도서관에 들어서니 안내데스크에 씨앗과 대출 대장이 배치돼 있었다. 씨앗 종류는 타래붓꽃, 해바라기, 소나무, 메밀 등 다양하다. 씨앗봉투에는 씨앗 3~10립이 들어 있었다. 마음에 드는 씨앗을 고른 뒤 대장에 기록했다. 씨앗을 반납하는 게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장부까지 써가며 대여한 씨앗은 왠지 모를 책임감을 심어줬다. 서울식물원 내에 위치한 서울전문도서관은 식물·생태·정원·조경 등 국내외 식물 관련 전문서적과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1층에 자리 잡은 식물연구소에는 활발한 정원문화 공유를 위해 정원상담소(식물클리닉)가 운영되고 있다. 반려식물 컨설팅, 식물·병해충 관리 등 정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식물문화센터를 빠져나오면 어린이정원학교와 마곡문화원이 보인다. ‘어린이정원학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연 관찰, 미술 활동 등 다양한 체험 교육을 하는 곳이다. 어린이가 아니더라도 식물원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마곡문화관(옛 배수펌프장)은 또 다른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어둑해질 때쯤 이곳을 방문했는데 약간은 스산한 느낌도 받았다. 이곳은 1928년 지어져 근대 마곡 주변 평야에 물을 대던 펌프장이다. 일제강점기 배수펌프장으로 사용됐던 일본식 목조건물(적산가옥)을 고증을 통해 옛 형태와 구조로 복원했다고 한다. 마곡지역의 역사와 근대 농업 자료가 전시돼 있다. 곧 퇴실해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입장마감 시간은 오후 5시다. 서둘러 나가면서 바라본 어린이정원학교와 유리온실, 호수원 보행교에는 불이 켜졌다. 서울식물원의 야경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도시형 식물원이라는 말이 다시 한 번 실감났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