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세계불교정상회의 한국 대표 겸 대한불교임제종 평인사 주지인 혜원스님이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평인사에서 ‘종교간 평화와 상생’을 주제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세계불교정상회의 한국 대표 겸 대한불교임제종 평인사 주지인 혜원스님이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평인사에서 ‘종교간 평화와 상생’을 주제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4

세계불교정상회의 한국 대표
대한불교임제종 평인사 주지

서로 다른 경전에 물음표 던져
“‘새시대’ 도래… 인류부터 진화”

“진정한 지구촌 평화 바란다면
‘종연사’ 대화의광장 동참하자”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 지역에서는 여전히 종교로 인한 갈등과 마찰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이 생기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내 것이 아니면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각 종교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분리된 종교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한반도 세계평화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본지는 2일 세계불교정상회의 한국대표로서 세계평화와 종교화합을 위해 힘쓰는 대한불교임제종 평인사 주지 혜원스님을 만나봤다. 스님은 종교 간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의 종교연합사무실(종연사)의 토론회에 매번 참석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평인사에서 만난 혜원스님은 수행에서 비롯된 자신의 경험과 그동안 경서 비교 토론회를 통해 들었던 각 경서에 담겨있는 공통 가치를 빗대어 세계평화와 종교화합을 이룰 수 있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먼저 근본적으로 종교평화에 대해 고민하게 됐던 계기를 묻자 스님은 단박에 본인이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 스님에 따르면 언젠가 혜원스님이 승복을 입고 길을 걷는데 메가폰과 전단지를 각각 든 두 명의 남자가 스님을 빤히 쳐다봤다.

한 남자는 스님과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스님을 향해 ‘마귀같이 쓸데없는 불교, 예수 믿고 천당 가시라’는 언어폭력을 가했다. 또 ‘지옥이나 가버리라’고 소리쳤다. 이와 관련 스님은 “종교를 배척하는 한 사람의 생각이 더 많이 모이면 집단의식이 되고 힘이 형성돼 종교 간 싸움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잘못된 생각이 패거리로 나뉘면 충돌이 일어나 결국에는 종교전쟁으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이를 우려하며 종교평화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개신교인으로 알려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4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했던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황교안 대표는 원행스님과 만나기 위해 조계종 측 요구로 대웅전에서 참배는 했지만, 원행스님을 향해 서서 3번 ‘반배(半拜)’와 불교식 인사인 ‘합장’대신 악수와 함께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불교계 언론의 노골적인 질타를 받았다. 이에 조계종은 황교안 대표의 종단 방문 계기로 ‘법당참배’를 의무화하는 매뉴얼을 만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혜원스님은 “사람마다 신앙의 자유가 있는데 ‘법당참배’를 의무화하면 예방을 할 수도 못할 수도 있는 결과를 초래해 종교가 하나 되는 길이 멀어지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이어 “메뉴얼화 하는 경우가 바로 종교 갈등을 조장하는 일 아니냐”며 “사람마다 그릇이 다르다.

그래서 네 종교 내 종교 없이 그 예법을 따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신앙과 부합되지 않아 못할 수도 있는 것인데 절을 강제로 시키는 것은 무리다”고 했다. 스님은 “종교가 하나 되려면 서로 이해하며 한발 양보해야지 마치 원행 총무원장을 만나러 가면 불자가 돼야 한다는 식으로 한다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스님은 종교화합을 넘어 세계평화로 가기 위해선 이 같은 종교 갈등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종교부터 하나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각자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어도 예수를 믿는 사람이나 부처를 믿는 사람의 근본의 생명은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깨닫는다면 종교는 하나 될 수 있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혜원스님은 “종교만큼 평화를 사모하는 단체는 없다고 본다”며 “민족대표33인이 모두 종교인인 것도 그렇고, 독립기념선언서에도 보면 이들도 ‘신천지’를 갈망했기 때문에 결국 평화로 가려면 종교인들의 생각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종교가 하나 되지 못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 경우 줄다리기처럼 힘만 분해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렇다면 각자만의 종교를 가지고 있는 종교인들이 어떻게 서로 화합할 수 있을까. 스님은 이에 대한 방안으로 ‘종연사’를 소개했다. HWPL의 종연사는 지구촌에 종교통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단체다.

이와 관련 지구촌 평화는 종교에 달렸다는 건 세계 역사와 끝없는 종교 분쟁과 테러가 말해주고 있다고 말한 스님은 “지구촌 평화를 바란다면 이 단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원스님은 “종교인들이 이곳에 모여 소통하면서 화합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모든 경서가 평화를 말하는데 오히려 거절하면 평화를 싫어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아닌가. 성경, 불경, 코란 등 평화로 가기 위한 방법은 다르게 나와 있지만 핵심은 결국 모든 경서가 다 평화를 원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혜원스님은 “경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되는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며 “경전을 뛰어넘는 세상이 도래하려면 인류가 진화하는 것밖에 없더라. 그게 난 과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리와 객관성을 담보하는 과학의 발전으로 갈등하는 종교가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도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종교가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사례를 찾아 증명을 하고 이 방법으로 인류가 함께 하는 방법을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우리가 싸우면 안 된다는 것을, 하나이기 때문에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과학으로) 증명해서 보편화시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스님은 “경전이 잘못됐다는 것도 선각자 한둘이 한다고 깨지는 것은 아니다”며 “석가모니도 깨우치긴 했지만, 민중이 이해를 못 해 결국 보편화하지 못했다. 만민이 인정할 만한 과학적인 증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를 이루지 못하게 되면 종교라는 이름의 지옥에 살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스님과 같이 누가 됐든 종교가 하나 될 수 있게 나선다면 분명 응원해야 할 것이다. 나와 우리 후손을 위해 평화보다 좋은 유산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를 반대한다는 듯이 시위를 하는 다수의 사람도 있다고 말한 혜원스님은 “이들은 이권이나 세력다툼 등 자신이 속한 단체의 입지가 적어지는 등을 이유로 불안해 반항하는 것이지 평화를 싫어해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종교평화를 넘어 세계평화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종연사에 있는데 이 좋은 불이 안에서만 활활 타고 화로에 갇히게 될까봐 우려스럽다”며 “이 모임을 통해 평화의 바람이 불어 만인이 평화 의식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종교인들부터 하나 되고자 하는 마음들을 모아 땅에 묻으면 기후가 맞을 때 싹도 꽃도 열매도 맺혀 남북통일을 넘어 세계평화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는 것처럼 이 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세월의 변화를 통해 언젠가 평화라는 선물을 받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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