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니 보궐선거였지만 그 파장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창원성산에서 정의당 후보가 막판에 신승하면서 여권의 완패는 면했지만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에겐 사실상 완패나 다름 아니다. 통영고성은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내세우면서 일찌감치 접었다고 치더라도 창원성산에서의 고전은 뼈아픈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명색이 집권당임에도 불구하고 정의당과의 후보단일화에서 밀려 났으며, 그 후 정의당 후보를 적극 지원했지만 그 결과는 겨우 0.54% 차이의 극적인 승리였다.

이번 두 선거구의 표심은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과 반감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지역경제에 대한 위기감과 우려가 컸을 것이며 더 나아가 민생 전반에 대한 불안과 불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어떤 기대감도 내려놓았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인사검증에서 뭘 잘 못했느냐고 되묻는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까칠한 브리핑에는 아예 고개를 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노한 민심의 핵심은 경제 문제나 인사정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국민은 문재인 정부와 이전 정부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따지듯 묻고 있는 것이다. 하나 둘 촛불이 꺼져가는 현실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다짐했던 그 ‘새로운 대한민국’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벌써 집권 3년차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국민에게 무엇을 보여줬는지를 스스로 짚어봐야 한다. 지금도 나쁘지만 미래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그 공포의 좌절감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청와대와 민주당은 알기나 한 것인가.

다행스런 것은 아직도 시간이 조금은 남아 있다는 점이다. ‘비상경제내각’을 꾸리더라도 지금과 같은 국정운영 행태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듯한 관료주의적 처방으로는 백약이 무효일 뿐이다. 마치 사활을 건 듯한 이웃 중국과 일본의 치열한 노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 참에 청와대 참모진 개편도 대폭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전면적인 인적 혁신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중반기를 이끌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과 야당을 놓고 기싸움이나 말싸움으로 세월을 보낼 것인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의 결과만큼은 정말 엄중하게 성찰해야 한다. 그래봐야 두 곳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그리고 자유한국당 승리에 대해서도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지역정서에 기댄 ‘반사효과’ 이상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 한해를 놓치면 더는 시간이 없다.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고 강호의 인재들을 골고루 발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청와대 참모들의 전면적 일신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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