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총수 범죄에 ‘無관대’ 분위기

경영 복귀 망설인 요인 된 듯

복귀 보단 ‘친정체제’로 선회

‘경영권 승계작업’ 집중할 듯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이 오리무중이다. 2014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기간이 지난 2월 18일부로 만료되면서 김 회장의 경영 복귀가 가시화된 듯했다.

김 회장이 아직 68세인 데다 건강도 많이 회복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 복귀에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김 회장의 경영 복귀와 관련해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빠른 경영 일선 복귀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2년 연속 발생한 ‘대전 한화 폭발사고’ 등의 악재가 발생하면서 차질이 빚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대전 한화 폭발사고를 수습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일단 공식적인 경영 복귀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벌 오너가의 범죄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도 김 회장의 경영 복귀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로 해석된다.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주주들의 반대로 20년 만에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한화그룹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집행유예 선고로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총 7곳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특히 국민연금이 총수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 복귀를 서두를 경우 자칫 사회적 비난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한화그룹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룹의 2인자로 알려진 금춘수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김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를 미루는 대신에 친정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최측근인 금 부회장이 김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작업 등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방산을 포함한 태양광·화학부문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금융부문을 물려받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또 삼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건설과 서비스부문(호텔·리조트·백화점·면세점)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한화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한화첨단소재와 한화큐셀코리아의 합병은 지난해 11월, 한화솔라홀딩스와 한화큐셀의 합병은 올해 1월 마무리됐다.

방산부문은 한화테크원 분할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구조로 사명을 바꾸며 사업 고도화에 초점을 맞췄다. 또 지난해 8월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S&C를 합병한 데 이어 10월에는 한화지상방산와 한화디펜스도 통합을 결정, 올해 1월에 ‘한화디펜스’로 공식 출범했다.

다만, 김 회장은 매년 신년사를 발표하는 등 그룹 회장으로서의 영향력을 꾸준히 행사해왔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7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공장 준공식 참석하는 등 사실상 공식 일정을 소화한 바 있다. 또 올해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하는 등 점차 보폭을 넓히고 있는 만큼 공식적인 경영 복귀도 사실상 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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