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 2일 서울 서초구 총회회관에서 교단 내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교회 내 언어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 2일 서울 서초구 총회회관에서 교단 내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교회 내 언어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

2일 예장합동 최초 교회 내 성폭력 예방 교육

“교회 내 성폭력, 언어폭력은 ‘권력’에서 기인”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평신도보다 못한 놈” “잘라버린다. 여기서 나가면 갈 곳은 있냐?” “이 따위로밖에 못해? 나이는 많아가지고” 이는 한 대형교회 부목사 A씨가 교회 원로목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21일 서울 서초구 총회회관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의 주최로 실시된 ‘교회 내 언어 및 성폭력 예방교육’에서는 이 같은 목회자간 무시, 인격모독, 비난 등의 언어폭력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담임목회자와 교회중직자 등의 언어폭력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또 목회자들이 남녀 프레임에서 벗어나 젠더 감수성을 키우고 ‘인권’ 중심의 시선에서 피해자들을 감싸 안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교육은 지난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그루밍 성폭력 여파로, 예장합동이 전 목회자와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한데 따른 것이다. 앞서 예장합동은 올해 1월 총회실행위원회에서 이 같은 안건을 총회 임원회에 맡겨 시행하도록 결의했다. 예장합동이 교단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하연 서울경찰청 형사과 강력계 주임교수는 ‘폭력 없는 세상을 꿈꾸다’라는 주제에 목사들의 언어폭력 문제에 대해 짚었다. 박 교수는 교인들을 보듬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목회자들이 오히려 언어폭력을 행하거나 권력을 부리는 현상을 지적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박하연 서울경찰청 형사과 강력계 주임교수가 2일 서울 서초구 총회회관에서 교단 내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교회 내 언어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박하연 서울경찰청 형사과 강력계 주임교수가 2일 서울 서초구 총회회관에서 교단 내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교회 내 언어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

박 교수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타인에게 거리낌 없이 언어폭력을 행하는 목회자들이 성희롱·성폭력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기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면서 자기가 가진 권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폭력의 흔적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이 같은 조롱과 멸시는 가슴속에 남아 죽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는다”며 “언어폭력은 영혼에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세속화, 성폭력 등 한국교회가 이미 수많은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목회자들이 용기를 내서 변화해야 한다”며 “주변에서 언어폭력이나 성희롱 등을 목격하면 피해자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들의 언어폭력이 계속 이어질 경우,  녹음이나 녹화를 해 증거를 남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언어폭력이 입증될 경우 해당 목회자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진 교육에서 박인경 한국심리상담연구소 강사가 나와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미투(#Me Too) 운동을 들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다양한 성폭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교회 안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 성적 대상화, 고정적인 성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학적 성별을 기준으로 역할을 구분지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박인경 한국심리상담연구소 강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총회회관에서 교단 내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교회 내 언어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박인경 한국심리상담연구소 강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총회회관에서 교단 내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교회 내 언어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

박 강사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각종 폭력은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권력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또 아무리 악의 없이 던진 농담도 상대방이 불쾌해하면 그 또한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성폭력 피해자를 만나는 목회자들에 대해서는 젠더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자를 대할 때 성별 고정관념을 갖고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박 강사는 ”피해자 상황을 충분히 경청·공감해 달라“며 ”또 성폭력 문제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예장합동은 성폭력 예방 교육을 전국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는 전국목사장로기도회 기간에는 호남권역에서 강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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