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통신(ICT) 강국이다. 지난해 수출은 2017년보다 11.5% 증가한 2204억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ICT무역수지도 1133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다. 반도체등 3대 분야가 수출을 견인했고 무역수지의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위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전년 대비 ICT 수출 증감률은 2018년 9월 5.3%, 2018년 10월 12.2% 증가를 끝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11월 1.7%감소, 2018년 12월 10.1% 감소, 2019년 1월 18.3% 감소, 2019년 2월 19.0%감소했다. 금년 1,2월무역수지도 162억 달러에 불과했다.

ICT기업 수는 2013년 2만 9000여개에서 2016년 3만 3000여개로 늘었지만 ICT 생산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1%, 2017년 29%, 2018년 29%로 대기업 편중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열악한 소프트웨어 구조도 문제다. SW·서비스가 ICT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76.1%, 일본 67.4%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29.9%에 불과하다. 하드웨어 중심 산업구조는 ICT 산업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의 경쟁력 부족도 미래 ICT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규제 장벽에 막혀 융합산업이 태동하기도 어렵다. 중소·벤처기업은 자금 및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대기업의 연구개발비는 26조 6000억원이다. 중소기업과 벤처는 각각 1조 9000억원, 2조 7000억원에 불과했다. 연구원 중 석·박사급 비율도 대기업이 37.7%에 이르는 반면에 중소기업 19%, 벤처 24.5%였다.

금년 들어 정부도 ICT 산업은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질적으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판단 하에 ‘ICT산업 고도화 및 확산전략’을 발표했다. 지속적인 산업 성장을 위해 전년에 비해 20% 늘어난 예산 2조원과 펀드 1조 2천억원을 투입, 반도체에 편중된 산업 생태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2022년까지 고용 10%성장(112만명), 수출 20%성장(2643억달러), 고성장기업 30%성장(500개)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정보통신기술(ICT) 고도화를 추진한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다양한 ICT 분야 성장을 이끌 계획이다. ICT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해 하드웨어 편식에서 SW 경쟁력을 제고 한다. 하드웨어 산업은 혁신을 가속화한다.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계기로 장비, 단말기 등 전후방산업 동반 발전을 촉진한다. 기술개발 지원, 구매 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도 추진한다.

ICT시장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강화했다. 기존 ‘망 중립성’ 기조는 유지하되 5G 기술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에서 재검토한다. ICT 융합을 활성화하기 규제 샌드박스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가상·증강현실 제작거점 등을 통해 제조혁신을 지원하고 전 산업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ICT고도화 및 확산 전략은 당면 과제다. SW 육성과 중소·벤처기업 성장 지원, 대중소기업 균형 발전을 통해 ICT 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은 올바른 방향이다. 이것이야말로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키워 ‘포스트 반도체’ 시대에도 ICT강국을 유지하는 길이다. 그러나 실행이 문제다. 최근 정부의 많은 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ICT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ICT산업 생태계 구축, SW중심 정책, 4차 산업혁명에 대응, 규제 혁파는 단골 정책 메뉴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새로 부임하는 과기정통부 장관은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생색내기보다 기존 정책을 우선 철저히 실행하는 장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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