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하내에 진을 치고 있던 원소는 군량미가 떨어져 곤란해 있을 때 기주목의 한복이 군량미를 대어 주자 마음이 변했다. 기주를 함께 쳐서 반분하자며 원소는 공손찬을 끌어 들였다. 원소의 속임수를 모른 채 기주목의 한복은 공손찬이 쳐들어온다는 말에 원소에게 구원의 손길을 청했다.

며칠 뒤 원소는 기주 성을 향해 들어왔다. 경무와 관순은 칼을 빼어 들고 원소에게 덤벼들었다. 원소를 호위해 들어오던 안량은 경무를 죽이고 문추는 관순을 찍어 버렸다.

원소는 기주성으로 들어가자 한복에게 분위 장군의 칭호를 준 뒤에 전풍, 저수, 허유, 봉기 등 자기 수하들로 기주 조정을 분장시켜 한복의 권한을 모조리 뺏어 버렸다. 한복은 졸지에 배 주고 뱃속 빌어먹는 격이 돼 버렸다. 경무가 간하던 말을 생각하면서 후회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대로 남아 있으면 생명마저 어찌 될지 모를 일이었다. 처자 권솔을 버린 채 성문을 벗어나 진류 태수 장막한테로 가서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공손찬은 원소가 기주성에 들어가 한복을 내쫓고 조정 실권을 빼앗은 것을 알자 아우 공손월을 원소한테로 보냈다.

“약속대로 기주 땅 반을 배분하시오.”

원소가 그 말에 대답했다.

“약속은 자네 백씨하고 한 일이니 백씨가 직접 오시라고 하게. 그러면 서로 의논해 처리하겠네.”

공손월은 하는 수 없이 기주성을 떠나 50리쯤을 갔을 무렵이었다. 별안간 산모퉁이에서 한 떼의 군마가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어지럽게 화살을 쏘아 대면서 동탁의 군사들이라고 외쳤다. 공손월은 사면에서 쏟아지는 화살을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그는 마침내 화살을 맞고 목숨을 잃었다. 공손월의 종자는 급히 도망을 쳐서 공손찬에게 슬픈 부음을 전했다. “작은 나리께서 화살에 맞아 운명하셨습니다.”

공손찬은 깜짝 놀라 종자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실은 원소가 군사를 매복시켜 작은 나리를 죽이고 거짓으로 동탁의 군사들이라고 꾸며대었습니다.”

공손찬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면서 분개했다.

“원소 놈이 나하고 무슨 원수가 있기에 나를 유인해 한복을 치라고 해 놓고 제 놈은 기주성을 뺏어서 차지한 뒤에 오늘 또 내 아우를 죽였으니 이 원한을 아니 갚고 어찌하랴!”

공손찬은 말을 마치자 전군에 동원령을 내려 물 끓듯 기주성으로 쳐들어갔다. 원소도 공손찬의 군대가 대거 공격해 온다는 소식을 듣자 군사를 거느리고 성 밖으로 나와 양쪽군은 반하에서 대치하게 됐다. 원소의 군사는 반하교 동편에 진을 치고 공손찬의 군사는 서편에 진을 쳤다. 공손찬은 다리 위에서 말을 타고 큰소리로 원소를 꾸짖었다.

“의리 없는 원소야. 네 어찌해서 나를 팔아 못된 짓을 했으며 죄 없는 나의 아우까지 죽였느냐?”

원소도 말을 채질해 다리 앞으로 나왔다.

“한복이 무능해 나한테 기주를 사양해 주었는데 너는 무슨 상관이 있어 나하고 시비를 하려 하느냐?”

원소의 말에 공손찬은 또 다시 꾸짖었다.

“전에 너를 충의지사라 해서 근왕병의 맹주로 추천한 일이 있다마는 이제 보니 네 행동은 이리 마음에 개새끼 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다. 무슨 면목으로 세상에 행세를 하겠느냐?”

원소는 버럭 화를 내며 주위를 둘러보며 누가 공손찬을 잡아오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말이 땅에 채 떨어지기도 전에 문추가 소리를 치면서 불쑥 뛰어나왔다. 문추는 오른손에 칼을 잡아 휘두르고 왼손으로 말을 채쳐 나왔다. 공손찬은 다리 위에서 문추와 교봉을 했으나 10여합을 싸우지 못해 기운이 부쳐 당해 낼 수가 없었다. 급히 말머리를 돌이켜 패해 달아나니 문추는 승세해 그 뒤를 쫓아 적의 진 속으로 돌진했다. 문추는 중군으로 뛰어들어 번개같이 치돌하니 공손찬의 수하 장수 네 사람이 일제히 문추를 맞아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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